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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트

2018 독서노트(134)문창용 감독 다큐 <다시 태어나도 우리>

by 이야기캐는광부 2018.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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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포체의 운명을 받아들인 다섯살 꼬마 승려 앙뚜와 그의 스승 우르갼의 동행을 담은 다큐멘터리<다시 태어나도 우리>. 문창용 영화감독이 무려 8년간 함께 다니며 촬영하고 1년간의 편집을 거쳐 만든 다큐멘터리다. 





문창용 감독은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사켜놓고 최대한 관찰자의 시점으로 촬영했다고 한다. 때로는 담담하게, 때로는 인도 북부 라다크의 절경을 배경으로 앙뚜와 우르갼의 모습을 담았다. 800시간의 영상을 90여분의 작품으로 편집했다고 한다. 


나는 촬영시간이 길어야 2년을 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잡지<AROUND>VOLUME 57 영화 편에 문창용 영화가독의 인터뷰를 보며 새삼 놀랐다. 이처럼 끈질기고 정성을 들어야 좋은 작품이 탄생하구나! 깨닫는 순간이었다. 한 작품이 탄생하기까지 감독의 고뇌와 남모를 노력을 엿볼 수 있는 인터뷰가 있어 옮겨 본다.






그런데 린포체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나요?

라다크 지역은 티베트 불교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해요. 의식주를 비롯한 모든 생활과 문화가 불교의 영향을 받죠. 티베트 불교에서 린포체는 '고귀한 존재'를 의미해요. 전생에 덕을 많이 쌓은 스님이 그 업을 다 이루지 못하고 다시 몸을 바꿔 환생하는거죠. 깨달음의 말씀을 전달하는 수행자이자, 살아있는 부처의 존재로 여겨져요. 달라이 라마 역시 환생하신 린포체 중 한명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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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외적인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볼까 해요. <다시 태어나도 우리>가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걸렸나요?

8년간 촬영하고 1년동안 편집 작업을 했으니까 총 9년만에 영화가 나온거네요.


보통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데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가요?

제 주변 다큐멘터리 감독들을 보면 보통 2년에서 3년 정도를 찍는 것 같아요.


10년에 걸쳐 한 작품을 찍었다는 게 쉽게 상상이 가질 않아요.

건강하고 모든 것이 왕성하던 30대에 처음 라다크를 밟았어요. 그대만 해도 9년 만에 영화가 만들어질 거라고 절대로 생각하지 않았죠(웃음). 당시 제가 방송에서 다큐멘터리를 만들며 어떤 사람의 이야기를 너무 짧게 지켜보고 영상을 완성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일종의 후회가 있었어요. 깊이 있게 바라보지 못한 제 수준을 탓하기도 했고요. 좀 더 오랫동안 지켜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번 영화를 시작하긴 했지만, 1년이 되고 2년, 3년이 돼도 끝나지 않는 거예요. 절대로 제 계호기대로 이야기가 흘러가지 않았거든요. 한 5년 정도 영화를 찍으니까 주변에서 압력이 들어오더라고요. 들어오는 돈은 없고, 나가는 돈만 많으니까요. 아내가 이해해주긴 했지만 그래도 신경을 아예 쓰지 않은 건 아니었겠죠. 주변에서도 제가 하는 일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고요.


수입이 없는데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궁금해요.

펀딩을 받으려고 애를 많이 썼어요. 비행기 값과 체류비, 통역을 위한 현지 코디네이터 비용도 만만치 않거든요. 거기에 한 번 다녀올 때마다 번역해 놓은 문서가 제 키만큼 쌓여요. 정해진 인터뷰만 하는 게 아니라 하루 종일 마이크를 채우고 계속 녹음해서 번역하니, 그 비용이 어마어마하죠. 그런데 사실 금전적인 문제보다 이상한 소문 때문에 더 힘들었어요. 앙뚜에게 제자들이 찾아오지 않자, 일부 사람들은 그를 가짜 린포체라고 불렀어요. 그런데다가 우르갼 스님은 마을 환자도 제대로 돌보지 않고 앙뚜만 챙기죠. 거기에 하루가 멀다 하고 촬영만 하고 있으니, 틀림없이 저 어린 가짜 린포체를 포장해서 뒷돈을 챙기고 있는 모양이다 하고요. 우르갼 스님을 향한 비난을 통역사에게 전해 듣자 절망적인 마음이 들었어요. 과연 이야기를 마무리 지을 수는 있을지, 한국에서 개봉할 수 있을지, 모든 게 불안해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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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동행의 처지가 된 거네요. 우르갼 스님과 린포체의 관계, 그리고 카메라 바깥의 두 감독님까지. 먼 길을 동행한 사람들이 95분짜리 이야기를 만들었어요. 영화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나요?

주제에 관해서 많이 고민했어요. 린포체라는 신비한 존재를 포인트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 한 아이의 성장과정을 그리라는 이야기도 있었죠. 저는 누군가의 위로와 사랑, 보살핌이 우리의 삶에 어떤 의미가 되는지 말하고 싶었어요. 어쩌면 우르갼에는 앙뚜가, 앙뚜에게는 우르갼이 있는 것처럼 저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음을 깨닫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 잡지<AROUND>VOLUME 57 영화 편 중에서 발췌-




이 잡지 덕분에 주말 집에서 <다시 태어나도 우리>를 봤다. 앙뚜는 지금쯤 잘 있을까. 아릿하면서도 아련해지는 다큐다.














영화 블루레이 굿즈를 제작하는 곳, 흥미로워서 링크를 남긴다.

http://plainarchive.co.kr/shopping.html


잡지에 나온 독립영화, 예술영화 상영관도 남겨본다. 언젠가 가봐야지.


씨네큐브 광하문, 상상마당시네마, 인디스페이스, 아트나인, 필름포럼, 아트하우스 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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