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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이야기&노하우/대학생활팁

통닭가게 사장이 닭에게 쓰는 편지

by 이야기캐는광부 2010.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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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통닭가게사장인 저희 어머니께서 닭들에게 쓰는 편지입니다. 닭과 함께 살아온 시간이 많은 저희 어머니이기에 무슨 이야기가 담겨있을까 궁금해집니다. 아들인 제가 문맥에 맞게 수정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TO 닭

나와 반평생을 함께한 닭아! 너에게 이 편지를 쓴다.

우선 우리 통닭가게 단골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구나.
어느새 17년이 흘렀다. 그런데 그거 아니? 17년째 지금껏 우리 집을 잊지 않고 찾아주시는 단골집이 있다. 바로 정읍 내장동에 사는 수정이네집이야.

개업하고 며칠되지않았는데 유치원에 치킨을 보내려고 수정이 엄마가 오신것이 인연이 되었어. 그때 부터 지금까지 우리집 치킨을 시켜주고 있지. 정말 수정이 어머니와 할머니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구나.

수정이와 할머니는 직접 뵌 적이 없지만 늘 상냥한 목소리로 통닭을 시켜주시곤 한단다. 17년 이 지났으니 수정이도 어여쁜 숙녀로 변해 있을 거야. 이렇게 고마우신 분들 덕택으로 지금까지 내가 이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있었던 것 같아.

통닭가게에 오는 사람들을 보면 깍듯이 대해주시는 손님들도 있고, 때로 함부로 대하는 손님들도 계셔. 그런데 다들 정겨운 분들이지. 한번은 자식같은 애들이 내게 욕을 한 적도 있어. 그때는 정말 한없이 눈물이 나더라구. 그럴땐 정말 장사를 그만 두고 싶은 심정이 들더라..

그래도 자식들때문에 계속하는 거지. 지금까지 늠름하게 잘 자라준 아들은 대학교 4학년이고 딸은 결혼을 해서 1남 1녀를 둔 엄마가 되었단다.



요새 손녀 우리 서진이를 생각만하면 웃음이 절로 나지. 그 순간 만큼은 아무생각없이 행복하기만 하더라. 딸과 사위가 알콩다콩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게 늘 고맙고...
우리 아들은 본지 오래되어서 보고싶다. 4학년이라 나름 바쁘고 시간이 없나보다.

그나저나 딸은 시집 보냈어도, 왜이리 딸을 생각하면 가슴이 깨어지고 눈물이나는지..
시부모님께 잘하고 있는 걸까 걱정이 된다. 다행이도 시댁어르신들이 따스한 분들이라 참으로 감사하다. 딸은 시집을 보내도 애물단지인듯하다. 잘하고 있는지 모든게 걱정이 많은 내가 문제이기도 하지만..

닭, 너와의 인연은 참으로 깊다. 1986년에 양계장을 시작해서 94년까지 했으니까 말이다. 1994년 4월 10일. 통닭가게를 시작해서 지금껏 도와주시는 손님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구나. 요즘은 경기가 어려워져서 다들 힘들거야. 빨리 경기가 좋아져서 각 가정마다 웃음꽃이 피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닭 너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구나. 내가 너의 날개, 목, 몸통을 가위로 잘라 양념에 수백 수천번 버무렸지. 내 눈물과 한숨도 보았을 것이며, 튀겨지는 순간에는 내게 원망도 많았을 거야. 그래도 꾹 참고 17년 세월을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맙다. 그저 모든 게 고마울 뿐이다. 사는게 힘들지만 오늘도 너를 아주 뜨거운 기름에 튀겨, 각 가정으로 배달한단다.

조금만 꾹 참고 나와 함께 해주길 바란다. 배달이 들어와서 이만 줄이고 너를 튀겨야 겠다. 미안하다.

                                                                                From 전북 정읍시 투영통닭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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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메인에 떴네요. 또 한번 제 꼬딱지만한 고시원방에 빛을 내려주셔서 감솨합니다^^ 
그리고 이 편지를 제 블로그에 싣도록 허락해 주신 오마니께서 감솨합니다.
모두 맛있는 통닭과 함께 즐거운 명절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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