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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트

김상봉, 박명림의 책<다음 국가를 말한다>

by 이야기캐는광부 2011.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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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봉, 박명림씨가 공동집필한 편지글 형식의 책<다음 국가를 말한다>는 내 청춘에 이런 질문을 던져준다.


'과연 어떤 국가가 우리를 행복하게 할까? '

그런데 사실 내게 있어 '국가'라는 단어가 크게 와닿지 않는다. 과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나를 혹은 우리들을 행복하게 해줬는지 잘 모르겠다. '국가'라는 단어는 낯간지럽다. '조국'이라는 단어는 느끼하기까지 하다. 국가를 위해 한 몸을 불살랐던 적이 없어서일까? 나라를 위해 싸워햐 하는 일제시대와 6.25 전쟁을 겪어보지 못해서일까? 큰일났다. '국가'라는 단어가 주는 절박함이 그다지 내겐 없는 것 같다.

간혹 국가대표 축구팀이 애국가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뜨거워지기는 한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길 때는 무한정 때리고 싶을 때도 있다. 중국이 동북공정으로 우리 역사를 왜곡할 때면, 한 국민으로서 욕을 퍼붓고 싶다. 하지만 '국가'는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내 얼굴에 불어오는 실체없는 바람같을 때가 많다. 나라의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7월 달에 있을 토익 시험에 대한 걱정이 더 클 뿐이다. 나라의 경제, 정치, 문화, 사회문제들을 풀어헤쳐 나가기보다는 내 앞가림하기에도 바쁠 뿐이다.
 


그런데 이 책의 두 저자인 김상봉, 박명림씨는 이런 나의 자세를 바꾸고야 만다. 책속에서 우리나라의 경제, 교육, 문화, 정치에 대한 비판을 통해, 어떻게 하면 행복한 나라를 꾸려갈 수 있을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든다.

한국은 지금 어떤 상황입니까? 이제 우리 사회는 반공 국가 건설, 경제 발전, 민주화의 압축 달성 속에 놓여온 우리 공동체의 가치와 이상, 공적 시민 덕성에 대해 일대 논쟁과 토론의 난장을 전개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p96, 박명림 -


과연 우리나라는 공동체의 가치와 모두의 행복을 위한 나라살림을 해왔는가하고 묻고 있는 것이다.
두명의 저자가 내놓은 해결책은  대한민국을'올바른 민주공화국'으로 만드는 데에 있었다. 여기서 잠깐!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데 왜 다시 민주공화국을 만들어야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을까? 우리나라는 이미 민주공화국이 아니었던가?

그렇다. 우리나라는 엄밀히 말해서 민주공화국이 아니었다!!!

■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헌법 제 1조에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문장이 적혀 있다. 보통 우리가 '공화국'이라는 단어에서 위화감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공화국'이라는 말이 본래 가지고 있는 뜻을 헤아린다면, 그런 위화감은 금방 사라지고야 만다.

한국에서 공화국이라는 말은 그동안 늘 부정적인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나 개념적으로 공화국은 이렇게 놀림받아야 할 개념이나 존재가 전혀 아니다. 역사적으로 그것은 자유와 정의와 평등과 인권이 넘실되는 인간 공동체를 향한 장구한 노력과 투쟁을 바탕으로 등장한 것이었다.
- p30, 박명림 -


다시한번 말하자면, '공화국' 그것은 자유와 정의와 평등과 인권이 넘실되는 인간공동체를 향한 오랜 노력과 투쟁을 바탕으로 탄생했기 때문이다. 또 김상봉은 공화국의 정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고전적 정의에 따르면 공화국이란 법적 정의와 이익의 공유에 기초한다. 법적 정의란 강자의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요, 약자의 권리가 보호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익 공유의 원칙은 국가 기구가 소수 특권층의 이익 추구를 위해 사유화되지 않아야 하며 국가가 추구하고 수행하는 모든 일이 결과적으로 모든 국가 구성원에게 골고루 이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 p17, 김상봉 -

공화국이라는 개념은 단순히 권력의 주체가 아니라 내용과 목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민주 국가가 모두에 의한 나라라면 공화국은 모두를 위한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공화국은 의사 결정의 형식이 아니라 그 내용이 모두를 위한 것일 때 붙일 수 있는 이름인 것입니다.
- p60, 김상봉 -


저자는 우리에게 이렇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민주공화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법적 정의를 실현하고 국가 구성원 모두에게 골고루 이익을 가져다 주고 있는가?"하고 말이다.

 


■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말에 이렇게 깊은 뜻이 있다니...

이쯤되면 왜 두 명의 저자가 책속에서 공화국이라는 말을 입이 닳도록 외치는지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자본과 경쟁 그리고 양극화로 점철된 한국 사회를 고칠 수 있는 힘은, 개개인 모두에게 이익과 행복을 가져다줄 수 있는 참된 의미의 '공화국'을 건설하는데에 있기 때문이다. 또 꽤 놀랐을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민주공화국'이라는 말 속에 이렇게 깊은 뜻이 담겨있었던가 하고 말이다. 

키케로는 공화국을 처음 고전적으로 정의한 사람인데 그에 따르면 인민이란 "합의된 법과 공공 이익에 의해 결속된 다중의 공동체"인 바, 나라가 그런 인민 모두의 것이요, 모두를 위한 것일 때 그것은 공화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요컨대 법치와 공공성이야말로 공화국의 기준이라는 뜻이지요. 
- p76, 김상봉 -



지금껏 대한민국은 무늬만 민주공화국이었지, 사회적 약자의 이익은 짓밟히고 강자의 이익만 추구되는 빈 껍데기 민주공화국이었다.

한국사회에서 일부 상류층의 문제점은, 전체 공동체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과 애정이 없거나 지극히 파당적이면서도, 자신의 욕망과 이익을 위해서는 절제를 모를 정도로 집요하다는 점입니다. 개인적 재물과 욕망에 대한 집착에 비하면 시민적 공공적 요구에 대한 자각과 헌신은 너무 적습니다.
- p204, 박명림 -


이 책은 '민주공화국'안에 담긴 깊은 뜻을 되찾으려면, 개개인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공동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공동체 만들기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 제 1조가 비로소 환한 웃음을 되찾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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