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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손톱깎이, 엄마는 핀셋, 누나는 귀파개, 나는 손톱긁개

청춘 에세이/백수일기

by 이야기캐는광부 2011. 11.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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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원 내 방에서 녀석을 발견했다.
이 안에 우리가족이 있었다.
아버지는 손톱깎이
어머니는 핀셋
누나는 귀파개
나는 손톱긁개 

핀셋을 보면 어머니가 떠오른다.
내가 중학교시절 엄마는 핀셋처럼 나의 교복을 빨래걸이에서 집어다 주셨다.
밥을 안먹고 가겠다는 나를 붙잡고, 음식 하나를 집어다 주셨다.
내 표정을 보고 어찌나 내 고민을 잘 아시던지...핀셋처럼 콕콕 집어내는 그 예리한 어머니의 관찰력!
아버지가 아무데나 벗어놓은 양말을 핀셋처럼 집어서 세탁기에 넣으시고,
누나가 벗어 던진 교복을 핀셋처럼 집어서 세탁기에 넣으시고,
내가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속옷을 핀셋처럼 집어서 세탁기에 넣으시니...흑흑.
지금 생각하면 죄송스럽다.

손톱깎이를 보면 아버지가 생각난다.
비오는 날 손톱을 깎으실 때가 떠오른다. 빗방울소리보다 더 우렁차게 들리던 그 소리.
두툼하고 큰 손으로 자그마한 손톱깎이를 움켜쥘 때의 부조화. 
손톱깎는 순간.
아버지가 집에서는 어깨를 피시고 다니시다가 유일하게 어깨를 움치리는 순간이다.
아니다...양말 신으실 때도 있구나...
아니다...좌변기에 앉으실 때도 있구나..
아니다...신문 보실 때도 있구나....
아니다...술마시고 들어와서 누나와 나를 꼬옥 안아주시던 순간도 있구나...

누나는 날씬한 귀파개를 닮았다.
중고등학교때 매일 거울을 독차지하던 누나.
맨날 내게 나 날씬하냐고 물었던 누나. 그러면 나는 귀찮다는듯이 '응 날씬해'라고 말했다.
그러면 그것가지고 나를 구박하던 누나. 날씬하다고 했는데 왜 그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밝은 표정이 아니고, 성의없이 대답했기 때문이라는 걸 지금은 안다.
벌써 아들 하나와 딸 하나를 낳아 기르고 있는 누나.
날씨한 귀파개를 닮았던 누나도 아줌마가 되었으니,
하루에 허릿살이 0.1m씩 찌고 있을테지...

그렇다면 나는 왜 손톱긁개일까?
아마도 어머니 아버지 속을 박박 긁기 때문이 아닐까....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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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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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1.13 06:20
    가족의 정이 그리운가 보옵니다.ㅎㅎ
    잘 보고가요.

    즐거운 휴일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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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1.13 06:22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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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1.13 07:22
    허허허..적절한 비유이십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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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1.13 12:14
    부모님 속을 긁기 때문...

    10000% 공감합니다. ㅎㅎ

    부모님 속을 따스하게 만들어주는 홍차 같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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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1.13 14:47
    손톱긁개는 속을 긁는게 아니구
    까실까실하신 부모님 마음을 부드럽게 다듬어 줄수 있는 도구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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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1.13 16:39
    아, 이 감성ㅎ 추천 꾸욱 눌러본다ㅋㅋ 우리 어제 모였었는데!! 보고잡다 욱아!ㅠ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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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1.14 09:58
    이캐광님 가을 타는거 아니시냐며 ㅎㅎ
    요즘 글이며 그림이며 가을남자의 냄새가 묻어납니다.
    손톱긁개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데요. 있을 땐 잘 몰라도 없으면 안절부절 못하게 만드는 도구랍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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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1.14 20:13 신고
    헉... 이런 소재로 이렇게 멋진 글을 써내시다니 대단하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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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속님 요즈음도 청춘을 뜨겁게 보내고 있으신지요?ㅎㅎ
      요새 가을타다보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다 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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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1.15 01:25
    엄마에게 아들은 표현할 길이 없는 완전한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조건 좋고 그립고
    믿고 그리고 다 용서가 되니까요.
    그러나 아들을 생각하면 늘 마음이 애잔해집니다.
    아들이 어미에 대한 사랑의 깊이를 알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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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과님 안녕하세요^^
      아들에게도 어머니도 그와 같은 존재같습니다.ㅎㅎ
      부모님의 믿음, 용서, 사랑때문에
      참 좋습니다.
      감기조심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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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1.17 00:17
    관찰력과 비유가 멋진데요!
    역시 국문을 다루는 분은 뭔가 다르군요~

    오랫만에 들러요~ 즐거운 가을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