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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트

러셀이 삶을 즐기게 된 비결, 책<행복의 정복>을 읽고

by 이야기캐는광부 2012. 9.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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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을 읽고 이것저것 생각들을 늘여 놓았어요.^^; 이 리뷰는 길어서 다 써놓고 저도 읽기 싫어지네요.ㅋㅋㅋ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선뜻 행복하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살아가면서 '행복'은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기 위해 갖춰야 하는 조건들은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에게는 부와 성공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랑이, 또 어떤 이에게는 좋아하는 직업을 가지는 것이 행복의 조건이 될 수 있다.



러셀이 삶을 즐기게 된 비결


버트런드 러셀의 저서 <행복의 정복>을 읽다가  나 자신에게 '나는 과연 행복한가?, 행복하지 않다면 무엇이 원인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보았다. 선뜻 답하기 어려웠다. 가끔 세상에서 나만 불행한 것 같고 다른 사람들은 행복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큰 착각이었다. 실은 누구나 불행의 순간이 있고, 자신이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은 의외로 별로 없다. '행복하다'라고 말했다가 몇 일 뒤에, 불행이 기다렸다는듯이 예측할 수 없는 순간에 엄습해 올 때도 있다. 나를 가운데두고 행복과 불행이 양쪽으로 팽팽하게 내 손을 잡아 끌고 있는 형국이다.


러셀은 책속에서 선천적으로 행복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는 사춘기 때는 삶을 증오해서 늘 자살할 생각을 품고 있었고, 심지어 다섯 살때는 자신 앞에 길게 뻗어있는 인생의 지루함은 얼마나 견디기 어려울까하는 생각을 할 정도로 조숙했다. 하지만 훗날 삶을 즐길 수 있게 되었는데 그 비결을 다음처럼 밝히고 있다.


이렇게 삶을 즐기게 된 비결은 내가 가장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서 대부분은 손에 넣었고, 본질적으로 이룰 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깨끗하게 단념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어떤 것들에 대해 의심의 여지가 없이 명확한 지식을 얻고자 하는 욕심 따위는 단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삶을 즐기게 된 주된 비결은 자신에 대한 집착을 줄였다는 데 있다.(중략)나 또한 자신의 죄와 어리석음, 결점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버릇이 있었다. (중략)나는 차차 자신과 자신의 결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법을 배워나갔다. 나는 외부의 대상들, 즉 세상 돌아가는 것, 여러 분야의 지식, 그리고 내가 호감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해서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 17-18쪽 -


이 책을 다 읽고나니 위 17쪽의 문장이 행복해지는 비결을 잘 요약해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삶을 즐긴다는 것은 결국 행복해 진다는 것이다. 그의 말 전부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서 손에 넣었고'라는 말이 폐부를 찔렀다. 돌이켜보면 나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꼈던 순간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을 때였다. 그렇기에 요새도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위해 아둥바둥하고 있다.





더불어 러셀이 자신에 대한 집착을 줄였다는 사실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기안에 있는 부정적인 생각에 에너지를 쏟아부은 게 아니라 세상을 향해 에너지를 쏟아내며 삶을 즐길 수 있었다니! 사실 사람에게 있어 자신의 죄, 어리석음, 결점을 깊이 생각하지 않는 것은 쉽지 않다. 무슨 일을 하다가도 나한테 무슨 잘못이 있는 것 아닌가, 내가 잘못했지, 나는 왜 이런 단점을 가지고 있을까등을 생각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면 행복이 과연 올까? 러셀은 아마도 이런 생각에 너무 깊이 빠져 더 행복한 일들을 벌일 수 있는 기회를 낭비하지 말라는 뜻이 아닐까?


사람이 불행지는 순간


또 살다보면 갈망하는 것은 쉬울지 몰라도 그 갈망하는 것을 얻기는 무척 어려울 때가 있다. 러셀처럼 삶을 즐기기는 결코 쉬운 게 아니다. 물론 러셀처럼 어느 순간에는 삶을 즐기고 행복해지는 경지에 오를지는 모른다. 그런데 무언가를 갈망한다는 것은 그 안에 포기와 좌절을 내포하고 있지 않은가? 갈망하다가 쉽게 포기하고 좌절해서 자신을 스스로 자기 안에 가둘 때는 불행이 시작된다. 더불어 그런 자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악순환을 반복할 때 불행은 암세포처럼 몸집을 불리기 시작한다. 러셀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는 감옥에 갇힌 상태중 하나이자 자신에 대한 집착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의 경우, 감옥에 갇힌 상태에서 행복을 누린다는 것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위험한 감옥 중의 하나가 자신을 스스로 자기 안에 가두는 감정들이다. 이러한 감정들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은 두려움과 질투, 죄의식, 자기연민, 그리고 자기도취다. 이런 감정에 빠진 사람의 욕망은 자신에게 집중된다. 이런 사람은 외부 세계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없고, 그저 외부세계에 자신의 이기심을 충족시키거나, 자신이 상처받지 않는 데만 관심이 있다.

- 260쪽 -


자기 중심적인 감정들이 지닌 커다란 약점 중 하나는 다채로운 생활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는 사람은 애정관계가 복작하다는 비난을 받지는 않겠지만, 결국에는 자신이 열정을 바치는 대상이 늘 변함없다는 것 때문에 견딜 수 없는 권태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 261쪽 -


자기안으로 침잠하게 되는 두려움, 질투, 죄의식, 자기연민, 자기도취의 태도는 어떤 면에서 불행의 씨앗일까? 엄친아를 질투하게 되고 그렇지 못한 나 자신은 오히려 불행한 것처럼 느낄 때, 무슨 일을 하는데에 있어 두려움을 느끼고 선뜻 도전하지 못할 때, 자기도취에 빠져 나의 현재위치를 냉철하게 판단하지 못하고 허우적 거릴 때, 나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자기연민과 합리화 등의 경우가 행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닐까.





이런 마음상태로 행복이 거져 들러오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 터. 행복할 때는 사람도 많이 더 만나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주변을 둘러 볼 여유도 많아졌다는 경험을 떠올려보니 수긍이 가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불행할 때는 괜히 혼자 있고 싶고, 남한테 그 불행을 이야기하지 않고 혼자 끙끙 앓거나 불행에 그대로 순응해 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불행은 주변의 상황때문에 생기기도 하지만, 나 스스로가 불행을 확대시킬 때도 있다. 


행복한 사람은 자유로운 애정과 폭넓은 관심을 가지고 객관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는 이런 애정과 관심을 통해서, 또한 이런 애정과 관심을 베풀면 자신도 다른 사람들의 애정과 관심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을 통해서 자신의 행복으 확고히 한다. 사랑을 받는 것은 행복을 부르는 가장 유력한 원인이지만, 사랑은 졸라 댄다고 해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넓은 의미에서 보면, 사랑을 베푸는 사람이 사랑을 받는다.

- 261쪽 -


한편 원하는 것을 얻었지만, 얻고나서 불행해지는 경우는 어떻게 해야할 까. 그 원하는 것이 '큰 돈'일 때 그런 경우가 많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돈을 모으는 과정에서 건강이 삐꺽하고 가족의 화목이 깨지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보증수표가 될 수는 없다. 그래도 끊임없이 갈망하고 이를 충족시키기위해 살아가지 않을 수는 없다. 행복이 기다리지 않을지언정, 그 어떤 원하는 것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 자체가 행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알바비를 받고 침을 발라서 돈을 세면 힘든 것도 잊고 얼굴에 미소가 흐르던 기억을 떠올리면 말이다. 어떤 갈망의 결과인 행복보다는, 그 과정속에서 행복을 얻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갈망을 향한 전진을 멈추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행복이란 것은 대체 뭘까?


행복해진다는 것의 의미는 무척 광범위하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행복이 될 수 있다. 나의 불행이 누군가의 행복이 될 수 도 있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을 떠올리면 다시 혼란스러워진다. 남의 행복과 나의 행복을 균형있게 만들어야 할까? 남의 행복을 빼앗아서 나의 행복을 불려가야 할까? 내가 불행해져서라도 남을 행복하게 해야할까? 아니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행복해져야 할까?  아니면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이상적인 생각을 가슴에 품고 살아야 할까? 나의 행복이 누군가에게는 예상치못한 불행을 야기했을 때는 또 어떻게 해야할까?  그저 이런 것들 다 신경쓸 필요없이 속편하게 각자 알아서 행복해지면 되는걸까? 아무래도 각자 알아서 행복해지는 게 편할 것 같다. 누가 이것저것 다 신경쓰랴. ^^; 행복은 결국 남이 거져 주는 것이 아니기에 스스로 쟁취해 나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행복은 이런 복잡한 생각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사실 나의 행복이 누군가에게는 불행이 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의 배는 아프게 할 지언정^^'. 행복은 가까이에 있고, 누구나 하나쯤은 품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르고 지나칠 때도 있다. 거창한 것에서 비롯되는 것이아닌 사소함에서 싹트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두가 '행복'해지려면, 남을 향한 배려, 사랑, 존경의 자세도 함께 가야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술자리에 가면 누구나 불행 하나씩을 꺼내 신세한탄을 하고, 행복한 이야기는 많이 하지 않는 풍경도 떠오른다.자칫 자기자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듣고 있는 사람이 만약 불행한 상황이라면 그 불행의 크기는 상대방과의 비교때문에 더 커보일 수도 있어서 그럴까? 행복해도 그 행복을 감춰야 할 때도 있는 것 같다. 그렇다고 행복을 느끼며 방구석에서 혼자 키득키득 거리며 즐기고 싶지는 않다.


잘 모르겠다. 책을 읽다보니 별 생각이 많아졌다. 이럴 때는 맥주한잔에 축구중계를 보며 나의 행복을 즐기는 편이 나으리라. 행복과 불행이 같이오던 말던!


다만 마음속에 이런 생각이 반복되고 있다.

'어렵다. 행복을 정복한다는 것. 행복해진다는 것은. 아니다. 쉽다. 행복해진다는 것은..쉽게 생각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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