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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라면먹다가 라면국물에 비친 내모습을 보니... 오늘 하루도 고시원에서 어김없이 너구리라면 봉지를 뜯었다. 냄비에 물을 부은 후 팔팔 끓였다. 그 다음에 라면을 냅다 넣었다. 4분여가 흘렀을까. 지글지글 보글보글 장단에 맞쳐, 라면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하루중 두번째로 즐거운 시간, 4분이다! 방으로 가져와 면발을 후르르 짭짭 먹었다. 그런데 거의 면발을 다 먹고 남은 건더기를 집어 먹으려는 찰나!!! 열심히 냄비 밑바닥을 후적거리고 있는 찰나!!!! 갑자기 라면국물에 동동 떠 있는 한 녀석과 마주쳤다. 열심히 먹다가, 정지했다. 녀석은 바로 나였다. 아니 정확히는 내 얼굴의 그림자였다. 나이지만 눈,코,입이 없어 '나'가 아닌 요상한 녀석, 바로 그림자였다. 설마 라면국물에 얼굴이 비칠까 궁금한 사람들은 라면국물을 빤히 들여다보라.. 면발을 입에 ..
야한비디오 본 걸 담임선생님께 딱 걸리고 쓴 13살의 일기 ▲ 일기의 제목을 눈여겨 보길 바란다. 책장을 정리하다가 옛날에 모아 둔 필자의 초등학교 6학년때 일기장을 살펴보게 되었다. 첫장을 펼치니 딱 이런 제목의 일기가 있는 것이 아닌가? 주제 : '잘못된 생각때문에' 뭔가 했더니 바로 그거였다. 야한 비디오를 본 걸 담임선생님께 걸린 그 다음 날 적은 일기!! 주제가 '잘못된 생각때문에'인 걸 보니 어린 나이에도 참 후회를 많이(?) 했었나보다. 순간 웃음이 나왔다. 옆에 테이프 그림을 보니 그때의 비디오장면도 떠올랐다. 어렸던 필자에게는 너무 강렬했던 장면이었기에 말이다.(참..나란 존재는...) 남자라면 누구나 생애 처음으로 제목이 없는 비디오를 시청한 날이 있을 것이다. 어릴때 처음 본 비디오속 야한 장면은 너무나 강렬해서 잊혀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
일기장에 시 두편을 쓰다-국토대장정 16일차- 다음글은 2008년 여름 해남땅끝에서 서울시청까지 640km 국토대장정을 하면서 틈틈히 썼던 일기들입니다. 그때의 추억과 환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제 젊은 날의 자산입니다. ▲ 우리는 걷고 또 걸었습니다.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며, 함께 목적지에 이르렀습니다. 7월 16일 일기장에 적힌 글 이때 시(?)한편을 적었는데 나중에 많은 사람들에게 읽어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심히 부끄럽고 창피한 일이었다. 제목 : 발바닥 한 걸음 내 딛을 때마다 아파오는 곳 발바닥 한켠에 어머니 얼굴이 물집처럼 잡혀오네 그것은 나를 새롭게 일으켜 세우는 힘 오늘 하루도 내 두발을 추억앨범처럼 꺼내보다 그처럼 문득 아려오는게 있었네 차마 다 보지 못한채 침낭속에 덮어놓고 말았네
발바닥에 사하라 사막이 들어서다-국토대장정15일차- 다음글은 2008년 해남땅끝에서 서울시청까지 640km 국토대장정을 하면서 틈틈히 썼던 일기들입니다. 그때의 추억과 환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제 젊은 날의 자산입니다. ▲ 필자. 친구들은 내게 간디라는 변명을 붙여줬다. 까맣고 말랐다는 이유로 7월 15일 일기장에 적힌 글 충북 옥천군을 지나 보은군 산외 초등학교에 도착했다. 발바닥에 사하라 사막이 들어선 것 같았다. 이제는 물집이 오아시스처럼 느껴진다. 발바닥을 보면서 물집부터 찾게 되기 때문이다. 혹여나 발견하게 되면 이젠 반갑다. 벌써 행군 15일째다. 피부는 까마귀처럼 새까맣다. 내일이면 내 살갗에서 별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 함부로 웃을 수도 없다. 이빨만 하얀 부시맨 같기 때문이다. 발바닥엔 선인장이 심어져 있다. 뒤꿈치, 엄지발가락에 ..
내 청춘에 던져진 화두-국토대장정 14일차- 다음글은 2008년 여름 해남땅끝에서 서울시청까지 640km 국토대장정을 하면서 틈틈히 썼던 일기들입니다. 그때의 추억과 환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제 젊은 날의 자산입니다. ▲함께했던 희망원정대 북극팀원들을 사진기속에 담았다. 모두 잘있죠? 7월 14일 일기장에 적힌 글 세계지도 속의 한반도는 무척이나 작은 땅이다. 하지만 두 발로 직접 걸어보며 느끼는 대한민국 땅은 결코 작지 않았다. 보다 큰 조국을 가슴으로 느끼길 원한다면 한번쯤은 발바닥이 부르 터져야 하지 않겠는가..? 2008 희망원정대가 대한민국 역사속에 남을지 안남을지는 모른다. 단 한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바로, 이번 원정이 우리들의 가슴속에서는 언제나 뜨겁게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안도현씨가 쓴 시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
발바닥에 희로애락이 다 있더라-국토대장정 12일차- 다음글은 2008년 여름 해남땅끝에서 서울시청까지 640km 국토대장정을 하면서 틈틈히 썼던 일기들입니다. 그때의 추억과 환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제 젊은 날의 자산입니다. ▲ 그 날은 비가 내렸습니다. 엄마생각도 나고 친구들 생각도 났지요. 7월 12일 일기장에 적힌 글 내일은 예비일! 발바닥이 천둥번개를 맞은 것 처럼 쪼갤듯 아프던 시간도 이젠 안녕! 내 발바닥의 날씨도 맑음이다 학산초등학교에 도착해서 포도맛 쭈쭈바를 먹었다. 고개 하나를 넘을 때 마다 목구멍에 바위처럼 ‘턱’막혀오던 숨도 나를 떠났다. 나이키 운동화 안에서 신나게 굴러다니던 모래 알갱이들도 잠깐동안 안녕! 알갱이! 너희들은 잠시동안 운동장 흙바닥에서 쉬고 있거라! 내가 싫다 그러는데도 자꾸 쫒아다니던 옆잡 여자아이 같은 태양도 이제..
새들은 화가인가보다-국토대장정 10일차- 다음글은 2008년 여름 해남땅끝에서 서울시청까지 640km 국토대장정을 하면서 틈틈히 썼던 일기들입니다. 그때의 추억과 환희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제 젊은 날의 자산입니다. ▲ 텐트안에서 바라본 하늘은 푸르렀다. 4명이서 한텐트를 썼다 2008년 7월10일 일기장에 적힌 글 장수를 지나 진안으로 힘찬 발걸음 내딛은 희망원정대. 마이산 능선을 따라 날고 있는 새를 보았다. 새들은 우리나라 모든 산의 곱고 예쁜 능선을 그리는 화가인가 보다. 그림을 가리다 잠시 쉴려고 아무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 한가락을 뽑아냈다. 그러고는 무슨 재미난 일이 생겼는지 붓을 내던지고 하늘 위로 날아가 버린다. 발에 물집이 잡히고 땀에 흠뻑 젖은 나는 대신 붓을 잡아들고 산 능선 어느 나무 그늘아래 몸을 누이고 싶었다. 노란색 어..
교수님으로부터 편지 한통을 받아보니... 연세 지긋하신 학과 교수님으로부터 편지 한통을 받았습니다. 편지를 쓰는 일이 드문 요즈음, 자신의 제자들에게 편지를 쓰는 교수님의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이번이 두번째로 받는 편지인데, 그 하얀 편지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따숩게 적혀 있었습니다. " 3,4학년은 보다 실감있는 시간과의 전쟁이 필요합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루에 한 차례라도 꼭 해보시길 권합니다. 나는 매일 일기를 쓰고 있어요.15년도 넘어요. 나를 돌아보면서 오늘에 충실하자는 다짐입니다. 나 자신과의 대화의 시간입니다." - 교수님 편지 내용 中에서 - 교수님께서는 정말 15년동안 일기를 써오고 계십니다. 예전에 직접 그 일기장을 본 적이 있는데 깨알같이 하루에 한 면을 가득채워 일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