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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3

2018 독서노트(80)멍하니 하루를 널어놓은 빨래는 검다검게 흔들린다문이 열려있다빈 방은 검다후라이팬은 탔다설거지는 쌓였다선풍기는 덥다바람은 까맣다비닐봉지는 새카맣다음식물 쓰레기가 담겼다오래 들여다보니까맣지 않다희미하게 윤곽이 드러난다냉장고의 뼈대씽크대의 선마음은다 상복을 입고 산다속이 검다아니 하얗다 노랗다희미하게 드러난다아파트어느 층은 켜 있고어느 층은 꺼 있다까맣고밝고깜빡거리고형광등을 갈 때가 됐다 초점이 없다눈을 감는다다시 뜬다초점이 흐리다눈을 감는다다시 뜬다천장은 까맣다오래된 방은그을렸다그을렸다 2018. 7. 28.
2018 독서노트(72)퇴근 후 하는 일 밥통이 있고,밥통을 열고,밥그릇에 밥을 푸고밥그릇을 상에 놓고냉장고 문을 열고김치를 꺼내고멸치를 꺼내고계란을 꺼내고후라이를 하고무생채를 꺼내고접시에 가지런히 놓고숟가락질을 하고젓가락질을 하고숨을 쉬며 냠냠냠.다 먹고그릇을 씽그대에 던지고젓가락, 숟가락, 접시도 내던지고나 몰라라 거실에 벌러덩귀찮아서 내일로 미룬다설거지는 숙제다 기말고사다벼락치기다나도 설거지 꺼리나를 거실 차가운 바닥위에 내던진다 2018. 7. 10.
사람에겐 눈물샘이 있어요 사람에겐 눈물샘이 있지요목젖에도 있지요 하늘에도 있지요 구름에게도 있지요 울엄마 가슴에도 있지요. 울아버지 뒷모습에도 있지요설거지 거리위에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수도꼭지에도 눈물샘이 있지요 일요일 늦은 밤 늘 깊은 한 숨을 내쉬어요 내 한 숨에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양말이 쪼음 움직이겄어요 방바닥 내 그림자 깊게, 아주 깊게 밟히는 소리에요 설거지도 귀찮아서 안했어요 빨래도 밀렸어요옷은 아무렇게 벗어놨어요발냄새에도 무감각해졌어요바닥에는 검은 지렁이책은 널브러져 있어요요새 책을 안봐요머리가 아닌 마음을 채우고 싶어요아니 책을 읽어야겠어요몆 줄 읽다가 잠들어요그냥 주절주절밤에 주절주절 2016. 12.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