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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7

2018 독서노트(50)카페 담양제과, 하얀 표지의 시집같은.. 표지가 하얀 시집을 닮은 담양제과. 담양 관림제방을 지나 국수거리로 넘어오면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꾸미지 않은 외관에 절로 호기심이 인다. 살짝 들여다보니 사람들이 무언가를 마시고 있다. 카페인가보다. 옆 이발소 표시등과도 묘하게 잘 어울리는 이곳. 문을 열고 들어서니 카메라와 촛불이 예쁜 소품으로 놓여있다. 깔끔한 화이트 인테리어에 절로 카메라 셔터가 눌러진다. 밖에서 볼 때부터 범상치 않은 곳이다 생각했는데, 꽤 유명한 곳이었다. 어머의 젖을 물고 있는 강아지들부터, 기차 풍경, 바가지에 담긴 열매까지. 네모난 사진들이 벽면에 붙어있다. 주문을 하러 카운터로 가보니 상장하나가 놓여있다. 제20회 대한민국 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전통 현대 분야 은상을 수상했단다. 주메뉴는 대나무 티라미수, 대나무 우유.. 2018. 3. 21.
2018 독서노트(37)이병률 시집-바다는 잘 있습니다 이병률 시인이 4년만에 시집을 냈다. 청년, 중장년, 노년. 크게 셋으로 나뉘는 삶. 문득 문고리를 열어 들여다보고 싶은 노년. 아직은 흐릿한 풍경. 노년 / 이병률 시인 어느 날 모든 비밀번호는 사라지고모든 것들은 잠긴다 풀에 스치고 넘어지고얼굴들에 밀리고 무너지고 감촉이 파이고문고리가 떨어지기도 했다 그는 오랜 빈집을 전전하였으나빈 창고 하나가 정해지면 무엇을 넣을지도결심하지 못했다 돌아가자는 말은 흐릿하고가야 할 길도 흐릿하다 오래 교실에 다닌 적이 있었다파도를 느꼈으나 그가 허락할 만한 세기는 아니었다 서점 이웃으로도 산 적이 있었다경우에 다라 두텁거나 가벼운 친밀감이 스칠 뿐이었다 오래 붙들고 산 풍경 같은 것은 남아 있었다 중생대의 뼈들이 들여다보이는 박물관 창문 앞을 지나 가는 길늘 지나는 .. 2018. 2. 25.
2018 독서노트(17)문학동네시인선100 기념티저 시집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문학동네시인선100 기념티저 시집이 나왔다. 컴백을 앞둔 아이돌 가수들이 티져영상을 내놓으면서 복귀를 알리듯이, 문학동네는 앞으로 소개할 시인들을 모아 시집 한권으로 펴냈다. 시집은 적당한 크기와 높이, 깊이, 가벼운 무게를 지니고 있어서 좋다. 어려운 전공서적처럼 두껍지도 않고, 백과사전처럼 무겁지도 않다. 가방속에 많은 자리를 차지하지 않으면서, 넓은 언어의 바다를 품고 있다. 가르치려들자도 않고, 머리아픈 수학공식도 없다. 다만 천천히 음미하며 스며들게 할 뿐이다. 스스로를 뽐내지 않고, 그저 말을 건다. 행간의 침묵은 많은 생각이 깃들게 한다. 시집은 삶을 연주하는 거대한 오케스트라단을 이끌고 있는 것 같다. 이 시집에는 시인마다 1편의 시와 1편의 산문을 .. 2018. 1. 14.
2017 독서노트(51) 심보선 시집, 오늘은 잘 모르겠어 보통 시집의 제목에 쓰인 시가 대표 작품인 경우가 많다. 오늘은 잘 모르겠어. 그동안은 알았지만, 오늘만큼은 모르겠다는 뜻 일까. 내일은 알 수 있으리라는 희망에 담긴 메시지일까. 어제와 내일의 틈바구니에서 오늘은 얼마나 불확정성을 띌까. 확실한 게 있을까. 그런 잡념에 빠지게 하는 제목이다. 오늘을 살고 있지만 그 오늘은 손에 잡히지 않는다. 시집을 볼 때면 그 안에 있는 작품보다 오히려 시집의 제목에 관심이 더 갈 때가 있다. 제목으로 쓰인 시를 옮겨 본다. 그리고 유독 마음을 끌어당기는 시 한편도 적어본다. 제목 : 오늘은 잘 모르겠어 / 심보선 당신의 눈동자내가 오래 바라보던 한 쌍의 신神이 됐었지 당신의 무릎내가 그 아래 누우면 두 마리 새가 됐었지 지지난밤에는 사랑을 나눴고지난밤에는 눈물을 흘.. 2017. 9. 16.
김용택의 섬진강, 내가 좋아하는 시집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은 내가 좋아하는 시집중 하나이다. 이 시집을 펼치면 섬진강물줄기로 마음속으로 흘러들어올 것 같은 상상이 든다. 시집안에는 1번에서 20번까지 섬진강 연작시가 들어있다. 그중에서도 '섬진강1'을 가장 좋아한다. 김용택 시인은 내가 고등학교때 처음 만나게 된 시인이다. 어쩜 이렇게 자연의 소재를 가지고 멋진 시를 쓸 수 있을 까 감탄했다. 이 시집의 곳곳에 낙서의 흔적이 있다. 시를 읽다가 나도 한번 써볼까 끄적거렸지만 지우개로 지운 흔적이 많다. 연필로 써서 다행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민망할 뻔 했다. '섬진강' 연작시는 이 세상에 김용택 시인의 존재를 알려준 시라고도 할 수 있다. '섬진강1'의 마지막 연을 옮겨 보겠다. 지리산이 저문 강물에 얼굴을 씻고일어서서 껄껄 웃으며무등산.. 2012. 8. 24.
고시원에 들어오는 모든 사물의 그림자는 쓸쓸하다 고시원에 들어오는 모든 사물의 그림자는 쓸쓸합니다. 벗어놓은 신발 한켤레의 그림자 빨랫줄에 널린 양말 한짝의 그림자 제 방 유일한 시집 한 권의 그림자 울리지 않는 핸드폰의 그림자 날파리를 날려주는 선풍기의 그림자 화장실 소변기의 그림자 창틀에 생긴 그림자 공동으로 쓰는 냉장고의 그림자 천장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제 자신의 그림자까지도 고시원에 들어오는 모든 사물의 그림자는 쓸쓸합니다. 집에서 보내온 반찬이 담긴 상자의 그림자도 쓸쓸합니다. 2010. 6. 20.
윤은경 시인 인터뷰, 풀꽃속 작은 우주를 만나다, 인터뷰의 추억 2008년 5월 스무날, 오늘은 시인과의 만남이 약속되어 있는 날이다. 누군가에게 사랑고백을 앞둔 것처럼 떨리고 설레었다. 드디어 시인이 환한 미소로 우리앞에 모습을 드러내셨다.우리는 감사의 편지가 담긴 장미꽃 한다발을 안겨 드렸다. 시인은 종이가방에 우리에게 선물 해 줄 시집을 가득 들고오셨다. 우리는 친필사인이 담긴 시집을 받고는 너무 기뻤다. 곧이어 아름다운 캠퍼스 잔디밭에서 풀꽃주위로 둥그렇게 둘러 앉은채 인터뷰는 진행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그 풀꽃속에 작은 지도를 펼치고 선생님의 시세계로 여행을 떠났다. "시에서 드러나는 삶의 진실이 누군가의 가슴에 울림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시가 언제 맨 처음 시인을 찾아왔나요? 시를 좋아한지는 오래되었어요. 청소년시절에는 누구나 문.. 2010. 4.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