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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트

2018 독서노트(96)나락 한 알 속의 우주

by 이야기캐는광부 2018. 9.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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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오늘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는 그런 생명공동체가 돼서는 안된다는 얘깁니다. 그것만 여러분들이 잘 체득하신다고 하면 무궁무진한 모양의 새로운 역사가, 극락이 있다 이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생명의 공동체에는 작으냐, 크냐, 높으냐 낮으냐 이런 게 없어요. 생사고하 귀천대소, 이런 개념, 큰 것은 큰 거고 작은 것은 작은거라는 식의 생각을 우리는 하루빨리 극복해야 돼요. 저도 아직 극복하지 못하고 있어요.


앞에서 보셨지만 나락 한 알 속에도, 아주 작다고 하는 머리털 하나 속에도 우주의 존재가 내포되어 있다 그 말이에요. 불교의 <화엄경>같은데서 보면, '일미진중 함시방 시방일우주', 조그마한 티끌안에 우주가 있느니라 하는 말씀이에요.

-장순일 <나락 한 알 속의 우주>103쪽,104쪽- 



묵암선사의 이 말씀은 다른 것이 아니에요. 쥐는 사람이 농사지은 곡식이라든가 또 주부들이 잘 다듬어놓은 이불이라든가 옷이라든가 이걸 다 쏠아치우고 해를 끼치는 그런 미물이지만 말이야, 그리고 모기는 여름철이면 붕 하고 날아와서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그런 미물이지만, 이 쥐와 모기가 생명을 지니고 있다 이 말이야. 그렇지 않아요? 그러니까 쥐를 위해서 항시 밥을 남겨놓고 모기를 위해서 나는 등불을 켜지 않노라, 풀이 나면 나는 그 계단을 밟지를 못하겠노라는 말씀이지.


여기에 우리가 한살림 운동을 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겁니다. 지금처럼 이렇게 해서는 살 수가 없는 거니까 여러분들이 이 일을 하는 거란 말이에요. 그렇지 않아요? 그리고 그 이치는 뭐냐? 생명은 하나라는 거예요. 둘이 아니야. 하나지. 그런데 이 생명은 볼수가 없어. 보지 못하지만 우리가 느끼고 알 수가 있단 말이야. 그런데 한살림운동이라 하는 것은 모두가 하나가 되자는 운동이란 말이지. 여태까지 산업문명에 있어서는 경쟁과 효율을 따지면서 일체가 이용의 대상이 되는데, 그렇게 해서는 살 수가 없게 된다 이 말이애. 생명이 존재하기 어렵게 되고, 생명이 무시된다 이 말이야.

-장순일 <나락 한 알 속의 우주>108쪽,109쪽- 



책<나락 한 알 속의 우주>는 고 무위당 장일순 선생(1928~1994)의 생전 강연과 대담을 모아 놓은 책이다. 평생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살았으며, 생명운동 사상가이자 시민운동가로서 활동했고, 도농 직거래 모임 '한살림'을 만들었다.





나락 한 알 속에서도 우주를 발견하는 그의 생명사상에서 한살림 운동이 시작됐다. 나락 한 알에도 우주가 들어있다고 생각하면 그 어느 작은 생명과 이웃, 사람도 소홀히 대할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나 같은 범인이 '생명은 하나'라는 생각을 하기는 어렵다. 내 삶을 건사하기 바쁘고, 내 몸뚱아리를 살찌우는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장일순의 생명철학이 마음을 울리는 까닭은 생명은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깨우침을 지니고 산다면, 우리가 더 나은 자연과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것 같기때문이 아닐까. 


그동안 '한살림' 운동에 대한 말만 들었지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 몰랐다. 이 책을 읽으며 한살림에 담긴 뜻을 곱씹어 본다.


한살림은 사람과 자연, 도시와 농촌이 생명의 끈으로 이어져 있다는 생각에서 자연을 지키고 생명을 살리는 마음으로

농사짓고 물품을 만드는 생산자들과 이들의 마음이 담긴 물품을 이해하고 믿으며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함께 결성한 생활협동조합입니다.

(중략)

한살림은 생명농업을 바탕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직거래운동을 펼치며

어려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노력,

절제된 소비, 자연과 조화를 이룬 생활문화를 통해

생명을 살리고 지구를 지키는

뜻깊은 생활 실천을 하고 있습니다.


-한살림 홈페이지-


<한살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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