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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에세이/일상끄적

잃어버린 지갑을 내일이면 만난다

by 이야기캐는광부 2010.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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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에 아버지의 손때가 묻은 지갑을 잃어버렸습니다.
저희 학교게시판에 이렇게 올렸지요.

저희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소중한 지갑입니다.
주우신 분은 꼭 연락주세요


하지만 감감무소식이었지요.
그날 잃어버릴만한 장소를 뛰어다니며 뒤졌습니다.
환경을, 자유를, 1억짜리 자동차를, 500만원에 당첨된 복권을, 한 여자의 사랑을 잃어버린 것도 아닌데
사방팔방 돌아다니며 거친 숨을 몰아 쉬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이내 평정을 되찾았지만, 가만히 생각할 수록 안타까웠습니다.
아버지께 고등학교때 물려받은 지갑을 7년동안 계속 쓰고 있었거든요.
아버지의 추억과, 아버지의 고뇌와, 아버지의 삶이...
지갑안에 담겨 늘 아버지 가슴 가까이 안주머니에 있었을 텐데 말이지요.

그 지갑안에서 만원짜리를 꺼내, 집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누나와 저를 먹일 통닭한마리를 사오셨을텐데말이죠.

그 지갑안에 가족사진을 꽂아놓고 가끔씩 생각날때면 꺼내보기도 하셨을 텐데 말이지요.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적인 그 지갑을 잃어버리니 순간 텅빈듯했습니다.

그런데...그런데...
오늘 갑자기 전화한통화가 왔습니다.
친한 후배로부터 말이지요. 전화기를 타고 들리는 경쾌한 외침.

형, 혹시 지갑잃어버리셨어요? 찾았어요!!!

순간 순간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마치 군복무시절 이등병휴가를 나와. 오랜만에 아버지를  껴안고 부등켜안은 기분이었습니다.
그 후배가 내일 전해 준다고 합니다.
아, 참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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