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이키 운동화는 내가 해남땅끝에서 서울까지 600KM 국토대장정을 하며 신었던 것이다.
당시 15만원이 넘는 가격에 구입했지만 지금은 헌 운동화가 되어버렸다.
그럼에도 이 운동화가 내게 주는 의미는 각별하다.
우리나라 산,들,강을 지나 대장정을 하면서 흘렸던 내 청춘의 도전정신이 깊게 배어 있기 때문이다.
코를 대고 맡아보면 아직도 그 당시의 발꼬랑내가 남아 있다.
600KM를 걸어서 완주하고 느꼈던 벅찬 감회를 이 운동화는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 이 운동화는 내게만큼은 15만원의 몇십배나 되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2. 방안에 대롱대롱 달려 있는 비닐봉지
이 비닐봉지는 편의점에 가면 거의 공짜로 딸려 온다. 물론 대형마트에서는 비닐봉지 값을 따로 받지만 말이다.
100원도 안되는 이 비닐봉지가 왜 가치가 있을까?
그건 바로 내 방에서 쓰레기통으로 재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자봉지, 나무젓가락, 머리카락, 면봉 등등 일상의
쓰레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다.
또 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대롱대롱 거리며 강아지처럼 나를 반겨 준다.
그렇기에 이녀석은 100원보다 수십배 많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
3. 누군가 내게 써준 시 한편, 신석정 시인의 <들길에 서서>
대학시절 누군가 예쁜 글씨로 써 준 시 한편이다. 시구 하나하낙 힘들때 나를 일으켜 세워준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이 시 한편의 가치를 알고 있다.
연습장을 잘라서 꾹꾹 눌러 쓴 정성이 참 소중하다.
지금은 안다. 이 종이의 값어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뼈에 저리도록 생활은 슬퍼도 좋다.
저문 들길에 서서 푸른 별을 바라보자
푸른 별을 바라보는 것은
하늘아래 사는 거룩한 일과이거니
- 신석정의 '들길에 서서' 中 -
4. 중학교때 도서대출증
방안을 뒤지다가 중학교때 도서대출회원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청소년기의 추억이 담긴 대출증이다.
학교 모의고사 시험을 빼먹고 도서관으로 달려간 적이 있다.
재미난 책들을 보고 있으면, 너무도 즐거웠기 때문이다.
물론 그 날 모의고사 시험은 망쳤지만.
도서관에 가면 공짜로 만들어주는 대출증이지만,
지난 날의 추억이 담겨 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5. 고추참치
고추참치캔이다. 내 일용할 양식이다.
바라보고 있으면 고맙고 든든한. 오늘도 한 끼를 때울 수 있는
반찬이므로.
내 소중한 청춘을 지탱해주는데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비록 2500원 정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고마운 존재다.
이 물건들을 보며 세상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이 있으리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저마다 특별한 스토리를 품고 있기에.
잠이 오지 않는 새벽, 고시원에서 끄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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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ㅋㅋ 저는 공부는 아주가끔했네요 ㅎㅎ
힘찬 오후되세요~!
소중한 기억들이네요~~~~
잘보고 갑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소중한 기억들을 찾는 하루되시길 기원합니다잉^^
예전에 블로그에서 본 기억이 납니다.
힘찬 오후되세요~!
꽤 공감되는군요 ^^ 특히 참치만큼 간편하면서도 맛좋은 반찬이 없지요 ^^
국토대장정 때 신은 신발이며, 비닐봉지며, 시며 모두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소중한 추억이 되겠군요.
그 추억 잘 간직하시고, 졸업준비도 잘 하시고, 사회에서도 좋은 일 많이 하시기 바랍니다. ^^
돈도 좋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의 가치또한
생각해볼만한 것 같아요.
힘찬 한주되세요~!
4월 잘 마무리하시고, 싱그러운 5월 맞이하세요잉~!
비닐봉지는 까만 비닐봉지가 확실히 질기더라고요. 쓰레기통으로 적합!! 하하
과연 제 방에 있는 물건 중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은 어떤게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뜬금없이 전기장판이 떠오릅니다-_-;
워낙 따뜻하게 자는 것을 좋아해서 한여름 빼고는 항상 끼고 사는... 아... 말하고 나니 더 기분이 이상하네요 ㅎㅎ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와 돈의 가치를
적절히 아는 것
그것이 또 발란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전기장판, 참 좋지요.^^
근데 쉼표를 잘 활용하시면 좋으실 텐데... 내 고시원방에 있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로요ㅋㅋ
전 처음 보고 고시원방에 있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이라 보고 무슨 말일까 궁금했거든요..
저는 이런 댓글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