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닭배달 아르바이트에 대한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일한 장소는 부모님 통닭가게였지요.
부모님 통닭가게에서 일했으니 아르바이트라고 하기도 좀 뭐하네요. 하하. 그렇지만 부모님에게 있어 저는 그야말로 무보수로 써먹을 수 있는 자식이자 아르바이트생이었습니다. ^^;사실 알바를 쓰지 않아도 되는 자그마한 가게입니다. 그래도 혹시나 아버지께서 일때문에 어디 멀리 가시거나 주말같은 경우엔 어김없이 가게를 나갔습니다. 비상시 투입 알바생이었죠. 띄엄띄엄 했지만 횟수로 따지면 적어도 1년 이상은 연속으로 일을 한 셈입니다.
주문전화가 걸려오면, 어머니는 뜨거운 기름에 기본 양념이 된 닭 한마리를 집어 넣습니다. 다 튀겨지려면 한 15분에서 20분 가량 걸립니다. 그 시간동안 알바생(?)인 제가 할 일은 다음이었죠.
1. 야채에 케첩 뿌리고 싸 놓기
2. 흰 '무', 젓가락, '맛소금(?)' 싸 놓기
3. 치킨 들어갈 치킨상자 펼쳐 놓기
4. 혹시 모르니 손님께 드릴 거스름돈 챙겨놓기
5. 통닭 다 튀겨갈 때쯤. 시원한 콜라 꺼내서 한 봉지에 다 싸놓기
5분도 안되서 후다닥 끝나는 일입니다.
그러고는 잠시 의자에 앉아 텔레비젼을 봅니다.
그러다 '띠~'소리가 울려퍼집니다.
통닭이 다 튀겨졌다는 기계의 신호지요.
어머니께서 재빠르게 통닭을 싸주시면, 아버지 차를 타고 배달하러 떠납니다.
제 고향 정읍은 그리 큰 도시가 아니기때문에 배달할 지역을 외우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1. 배달업무의 기본은 주변 주소와 지리 외우기
2. 통닭배달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나 속도.
통닭이 식지 않게 최대한 빠르게 배달해 드려야했죠.
혹시라도 어머니와 의사소통이 잘 안되어 주소를 잘 못 찾아간 날에는 여러모로 피해가 큽니다.
시간이 지연되고 통닭도 다 식어버려서, 그럴 땐 크게 두 가지 위험이 도사리고 있지요.
1. 손님의 항의 전화가 온다.
2. 그러다 결국 손님이 끊길 수 있다.
저희쪽 잘못이기에 손님에게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럴 때는 이 방법밖에 없습니다.
진심으로 손님께 사과하기
그 이후의 것들은 오로지 손님의 몫입니다. 사람마다 달라서 어떤 손님은 그냥 넘어가시지만 어떤 손님은 그야말로 과한 요구를 하시기도 합니다. 그래도 저희쪽 잘 못이니 무조건 사과를 드려야 하죠.
어쨌든 늦지 않게 손님의 집에 도착하면 초인종을 누릅니다.
우렁차게 외치죠.
"통닭 배달왔습니다. 투영통닭입니다."
문을 여시면 바로 인사 들어갑니다.
"안녕하세요. 통닭시키셨죠? 000원입니다."
계산을 해주시면 또 마무리가 중요합니다.
"거스름돈 여기있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혹은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통닭배달을 하면서 느낀 것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1. 손님을 향해 웃으며 인사를 드릴 때가 서로에게 있어 가장 기분좋은 순간이다. 역시 알바생의 기본은 친절한 미소.
2.배달 일을 할 때는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젓가락, 무, 야채 등을 모르고 빼먹으면 왔다갔다 두 번 일을 해야하기 때문.
3. 밝은 인사성과 미소 그리고 정신 줄 잘 잡기. 적어도 이 세가지만 알바생에게 장착되어 있으면 알바가 쉬워진다. 일 배우는 것은 실수하면서 배우는 것이고, 또 시간이 흐르면 다 습득한다.
비록 가게일을 도운 것이지만 여러 가지 인생경험을 하게 해준 소중한 알바(?)였습니다.
오랜만에 다음메인에 떴네요. 감사합니다.^^
부모님 통닭가게 '투영통닭 ' 063-531-9173 입니다.
이 곳 아들이라 홍보 살짝쿵 합니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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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야외를 바삐 움직이시느라 모자를 많이 쓰시더라고요
저도 더 친절하게 대해야겠어요.
이렇듯 성실하시니 모든일이 잘 풀리실듯...
그러저나 배달 하는 차가 멋있군요...ㅋㅋㅋ
덕분에 학창시절 닭은 많이 먹었습니다.
제가 성실하기보다는
부모님께는 뺀질거리는 아들이었어요.^^;
사주는 한 번 보고 싶지만 시간이 안되고 금전적으로 어려우신 서민 분들을 위한
사주카페 소개해 드립니다. 언제든지 방문을 환영합니다.
다음 검색 창에 "연다원" 또는 "연다원 사주카페"를 검색하시면 방문하실 수 있습니다.
배달원의 좋은 자세때문에 통닭을 더 시켜먹게 된다는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습니다. 통닭가게를 하시는 분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시는 댓글입니다. 소중한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솨합니다.ㅎㅎ
'손님을 향한 배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빙초산에 절여 나오는 사각무는 안먹고 버립니다.
(제 주변에 지인들은 다 버리죠)
저희 가게는 오마니께서 직접 담그신답니다.
커다란 통에 무 썰어서 넣고 담그시더라구요.
들려주셔서 감솨합니다.^^
고객과의 접점이 배달원으로부터 일어나므로, 배달원이 무척 중요한 것같아요.^^
인사를 잘하시더라구요. 인사 잘하고 사람들에게 싹싹하게 하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 사람 이미지가 확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저도 장사 도우면서 그것을 제일 크게 배웠어요
역시 모든 일의 기본은 인사성인 것같아요.ㅎㅎ
장사 잘 되는 집을 보면 인사성이 좋으시더라구요.^^
밝은 인사성이 정말 기본이 되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부모님 통닭집에선 아직 배달에도 샐러드가 나가나 봐요. 요즘 다른 곳은 잘 주지 않던데... 제가 좋아해서요. ㅋ
요새는 보통 야채샐러드를 안넣어 주는군요.
드레싱 샐러드를 많이 주는 것 같습니다.
저희 부모님가게는 야채샐러드를 줍니다.ㅎㅎ
늦었다고 돈 안주려는 인간들 간혹 있던데...그런 인간들 만나면
돈 안받는 대신 피자 얼굴에 던져버리고 싶더군요..
아직도 남아있군요 ㅜㅜ
고집스런 손님들도 많죠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