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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2018 독서노트(83)덥다 덥다. 바짓가랑이와 팬티가랑이에 땀이 찬다.한 땀 한 땀 여름이 내 몸에 수를 놓는다.땀 범벅이다. 뜨거운 바늘로 한바탕 뜨개질이다.살을 에일듯한 추위만큼살을 녹일듯한 더위가 무섭다.여름은 공포.방 구석에 여름이 웅크리고 눈을 번쩍 뜨고 있다.무섭다.몰래 숨고 싶다. 여름에게 들키지 않도록.괜찮다.마음은 가을이므로.마음은 사계절보다 많은 팔계절.아니 십육계절아니 십팔계절, 여름.떼고 싶은 '여'드'름'.거드름. 때아닌 라임 흉내.선풍기만 죽어난다.상모를 돌리듯뱅뱅뱅 돈다.선풍기야말로 주 52시간을 지켜줘야하는거 아닌가.빅뱅의 뱅뱅뱅.
여름 여름이 내 등짝에 침을 흘리며퍼질러 잔다. 졸라 덥다.볼을 부비다가 내 때를 먹을까 걱정.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지만옷깃만 스쳐도 때가 나올 것 같은 날이다.비가 내리다 잠시 그쳤다.우산을 접는다.이 순간 삶을 접는 사람도 있겠지.무심코. 종이접기, 우산접기, 삶을접기. 그냥 잡생각 끄적인다.
故 장영희 선생님을 추억하며 장영희 교수님의 책 을 읽다가 잊고 있던 수첩 한 권을 꺼냈다. 되살아 난다.수첩에 깨알같이 써놓은 느낌들. 강연장의 분위기. 그리고 아직도 목발을 짚고 강단을 오르던 그녀의 모습이. 반딧불처럼 반짝이며 청중으로 날아들던, 빠르고 말괄량이 소녀 같던 목소리. 그 한 마리가 아직도 내 가슴속에서 불빛을 내고 있다. ‘와~! 장영희 교수님이다.’ 2008년 5월 20일 내 가슴속에서 일던 외침은 목발에 시선이 고정되면서 잠시 멈칫했었다. 미소를 띄면서 ‘전 경력 란에 ‘암투병’이라고 적어요‘라고 말하던 그녀가 당황스러웠다. 그동안 얼마나 힘겹게 암과 싸우며 살아갈 기적을 만들고 있었을 것인가? ‘기적’이라는 단어가 울컥 솟아 올랐다. ‘희망’이라는 단어가, 그녀가 잠시 내려 둔 목발을 짚고 일어났다. 군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