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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이야기&노하우/수능의추억

대입삼수이야기(2)- 고등학교 교실과 재수학원 교실의 다른 점

by 이야기캐는광부 2013.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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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 대입재수이야기로 12개의 글을 썼다.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대학교자퇴를 하고 나서 치른 수능, 재수는 망했다. 그래서 삼수까지 가게 되었다. 이젠 삼수시리즈를 쓰려고 한다. 오래전 이야기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재수학원에 갔다. 언어영역 모의고사 시험지를 잘근잘근 씹어먹은 기분이었다. 

대학교캠퍼스의 낭만을 내 스스로 떠나보내고, 다시 교실에 갇혀 수능공부를 하려니 참 거시기했다.

어쩌랴. 엎질러진 물이요. 엎어버린 밥상이었다.


출석을 불렀나 안불렀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재수학원에서도 담임선생님이 있어서 자신이 맡은 반 학생들을 관리했다. 앞자리를 차지하기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다는 서울에 있는 모 재수학원같은 치열함은 없었었다. 하지만 교실에 오면 일찍 와있는 친구들이 많이 있었다. 이제서야 실감이 났다. 내가 지금 삼수하고 있구나. 내 짝꿍에게 삼수한다는 말은 못하고 재수한다고 거짓말했다. 내 짝꿍도 실은 삼수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고등학교때 버릇이 그대로 나왔다. 앞자리에 앉지 않고 뒷자리에 가서 앉았다. 공부 못하는 학생들의 특징이었다. 물론 뒷자리에 앉은 학생들중에는 공부를 잘하는 친구도 한 두명 있었다. 이런 친구들은 학원은 그냥 리듬이 깨질까봐 나오는듯 보였다. 대부분 앞자리에 앉은 학생들이 모의고사 성적도 좋았다. 나는 뒷자리중에서 창가쪽에 앉았다. 고등학교때의 버릇 남 못줬기 때문이다. 그때도 정신을 못차린게지.




재수학원 교실은 고등학교 교실과 이런 점에서 참 달랐다.

바로 다양한 사연을 지닌, 다양한 연령때의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이다.

대부분 동갑인데다가 고만고만한 사연을 지닌 친구들이 모인 고등학교 교실과는 달랐다.

그야말로 '인간시장'이었다.


- 수능에 실패해서 바로 재수를 결심한 유형

- 수능점수가 괜찮게 나왔음에도 의대에 가려고 더 공부해보려고 온 유형

- 대학교 3학년까지 다니다가 휴학하고 다시 공부를 하는 유형(나는 괜히 자퇴하고 삼수를 했다.ㅜ,ㅜ)

- 전문대에 다니다가 자퇴하고 재수학원에 들어온 유형

- 커플끼리 재수학원에 다니며 함께 의지하며 공부하는 유형

- 자기는 싫은데 부모님이 다니라고 해서 그냥 재수학원에 다니는 유형

- 결혼까지하고 처자식이 있음에도 다시 공부를 하러 온 만학도 유형

- 재수가 아닌 삼수, 사수, 오수를 위해 공부하러 온 유형

- 대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원하는 과에가려고 다시 수능공부를 하러 온 유형

- 가고싶은 대학 편입시험에서 모두 낙방하고 수능공부를 하러 온 유형





재수학원 교실은 사주팔자를 보는 점집처럼 다양한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러나 목표는 대부분 같았다.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얻어 원하는 대학과 학과에 들어가는 것!

재수학원 교실은 고등학교 교실 같으면서 그렇지 않은, 자기와의 싸움이 숨죽여 벌어지고 있는 삶의 현장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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