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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청년탐사대 이야기

섬청년탐사대 이야기(3)관매도 해양쓰레기를 줍다가 별의별 생각




섬이 만약 콧구멍을 가지고 있다면 이날 코딱지 한 번 시원하게 파준 정도 였을 것이다. 그래도 섬은 무척 고마워 하지 않았을까. 


섬이 만약 신발을 신고 다닌다면 발바닥을 성가시게 하는 작은 모래 알갱이를 빼 준 정도 였을 것이다. 그래도 섬은 고맙다며 흰 치아를 드러내며 웃어보였을듯 하다.


섬청년탐사대원들은 지난 28일 진도군 관매도 해변의 골짜기를 찾아가 해양쓰레기 치우기 봉사활동을 펼쳤다. 처음엔 막막했다. 저 많은 양을 언제 다 치우나. 허..참..재밌는 것이..참 놀라운 것이.. 탐사대원들이 모두 힘을 합치니 골짜기를 가득 메웠던 쓰레기들이 조금씩 사라져갔다.





이날 귀중한 유물을 발굴하는 심정으로 모래를 팠다. 너덜너덜해진 구두와 줄무늬 슬리퍼가 얼굴을 내밀었다. 바다 위를 걸어 온 것인가비네. 더 파 보았다. 치과의사가 잇몸 깊숙히 누워있는 사랑니를 펜치로 뽑아내는 느낌을 알 것 같았다. 쓰레기들을 모래더미에서 뽑아냈다. 이번엔 음료수병이다. 다음엔 페트병이다. 줄줄이 사탕.


이제는 신경치료를 할 차례였다. 막대기로 모래더미를 파내보니 그물이 딸려나온다. 어느 어부가 쓰던 것일까. 물고기 대신 내 한 숨이 걸렸다. 휴~언제 다 줍는디야. 오기가 생겼다. 다른 대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골짜기의 스티로폼 쓰레기들을 모조리 해치우자는 각오였다.


"썩은 치아를 뺀 느낌이지 않을까요. 자연 입장에서는 개운할 것 같아요" 


이날 EBS '하나뿐인 지구' 촬영팀이 동행했다. 골짜기의 쓰레기를 다 줍고 난 뒤의 느낌을 묻길래 대답했다. 문제는 관매도에는 아직 해양쓰레기가 방치된 곳이 많다는 것이다. 섬청년탐사대원들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이 땅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저마다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지 않는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해양쓰레기는 인간의 몰지각한 생활사를 보여주고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유물만큼은 후세에 전해주면 안된다. 해양쓰레기의 정체가 궁금했다. 관매도에 다녀온 후 '해양쓰레기 대응센터'라는 사이트를 방문하게 될 줄이야.


해양쓰레기는 '사람이 살면서 생긴 모든 부산물로서 바다로 들어가 못 쓰게 된 것'이라고 정의된다. 해양쓰레기중 많은 양이 하천과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들어온다고 한다. 결국 우리가 일상생활속에서 아무렇게 버린 쓰레기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이야기다. 


섬청년탐사대는 관매도에 방치된 해양쓰레기를 치우면서 관매도를 보다 나은 곳으로 만들었다. 물론 자연 입장에서는 이쑤시개로 이빨에 낀 고기 찌꺼기 하나 빼낸 정도일 터. 그럼에도 이날 섬청년탐사대가 해양쓰레기를 치운 일은 분명 소중한 발걸음이었다.





다음 날 저녁 대전으로 가기위해 진도터미널에 들렸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데 영수증 종이가 손에 잡혀서.. 동그랗게 구기고는 검지손가락으로 퉁 튕겨서 버렸다. 쓰레기통에 들어가야하는데 옆에 떨어졌다. 나는 그냥 버스에 올라탔다. 마음에 걸렸다. 뜨끔했다. 일상에서부터 작은 실천을 해야하는디...


대전에 도착해 자취방의 현관 문을 연 순간, 또 다른 쓰레기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해양쓰레기는 열심히 치웠지만, 당장 내 자취방의 빈 우유깍은 아무렇게나 내 던지고 사는 나. 어찌해야쓰까. 양말은 구겨놓은 페트병이요. 널브러진 책들은 납작한 플라스틱이었다. 


치우자. 치우자. 치우자. 치우자. 수십 번 마음을 다지며 살았건만.이날 침대에 벌러덩 누워버렸다. 그래도 관매도에서는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집에 돌아와서는 내일 할 업무가 먼저 생각났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소금쟁이가 물위에 떠서 움직 일 때의 파문. 그 미세한 파문이 마음에 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다는 것. 혹은 줍는 다는 것. 혼자서 실천하기는 참 어려운데... 함께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을 공유하고 힘을 합쳐 쓰레기를 줍는 일은 생각보다는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섬청년탐사대로서 관매도의 쓰레기를 함께 주웠던 것처럼. 함께 할 때는 힘을 내서 더 잘할 수 있다.'







잠들기 전 상상했다. 관매도에는 선녀들이 방아를 찧으러 왔다는 방아섬이 있는데, 선녀들이 쓰레기를 주우러 잠깐씩 내려오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 자연의 입장에서는...인간이 쓰레기로 보이지 않을까. 스티로폼으로 만들어 진.


신기했다. 영화배우 류승룡씨가 옆에서 섬청년탐사대원들과 함께 쓰레기를 주웠다는 사실이.


침대에 누웠으나 몇 번을 뒤척이다가 잠이 들었다. 



해양쓰레기 대응센터(http://www.malic.or.kr/main.do)

바다생태나라(http://www.ecosea.go.kr)


-섬청년탐사대 1기 김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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