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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트

2017 독서노트(35)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

by 이야기캐는광부 2017. 4. 19.




요즘의 여객기에는 자동항법장치가 있어서 조종사가 일일이 비행 항로를 잡고 방향을 수동 조작하는 등의 일에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장치에 이상이라도 발생하지 않는 한 비행기는 미리 입력된 항로 정보에 다라 목적지까지 잘도 날아간다. 그러나 기계와 달리, 인간에게는 그런 자동항법장치가 없다. 우리는 어디로 갈가, 무엇을 할까, 어떻게 살까 매 순간 판단하고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어떤 선택과 결정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우리의 모든 판단과 선택에는 숙명처럼 불확실성이 다라붙고 우리의 모든 결정에는 늘 불안의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201쪽 <나는 누구이며 무엇인가>(원광대학보, 2012,11,8)-



일본의 한 소설가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때문에 자살했다고 한다. 내 안에도 막막한 두려움과 불안감이 똬리를 틀고 있다. 아침해가 떠오른다 한들 그 어둠을 걷어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마음에 그늘을 안고 산다. 쓸데없는 걱정부터 당장 일자리에 대한 걱정들까지. 우리를 옭아매는 불확실성, 결정장애, 보이지 않는 미래.  


그러나 잠깐. 아주 잠깐. 퇴근 시간이 가까워올 때 엉덩이에 개구리 뒷다리가 생겨나는 듯 하다. 폴짝폴짝. 마음이 폴짝폴짝 자취방으로 뛰어간다. 그럴 때는 마음의 불안도, 걱정도, 불확실성도 잠시나마 걷힌다. 우리는 매일 살아야하는게 아니라 매순간 퇴근해야하는지도 모른다. 퇴근할 때 잠시나마 머릿속이 단순해진다. 집에 갈 생각으로. 침대에 덜렁 누울 생각으로.


도정일 산문집<쓰잘데없이 고귀한 것들의 목록>을 읽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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