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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노트(516) 마스크가 말해주는 것들

책노트

by 이야기캐는광부 2020. 9. 19.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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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들의 동선이 공개됐다며 안내하는 재난문자에 이젠 익숙하다. 혹시 코로나19에 감염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또한 동선이 공개 된 확진자에 대한 인신공격성 댓글과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댓글이 난무하는가 하면 악플에 대한 자정작용도 함께 일어나는 가지각색의 미디어 풍경을 마주한다. 

책<마스크가 말해주는 것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현상을 해석한다. 코로나19가 빚어낸 진풍경들이 책속에 녹아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공포는 언제 끝날까. 코로나19를 사회적 문제와 결부시켜 다양한 성찰의 장을 마련하는 이 책을 읽어본다. 

이런 일련의 반응들은 동선 공개가 "예방의 의미보다 [확진자를] 재밋거리"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게 했다. 자신은 일종의 피해자이거나 환자인데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비난받았고, 사람들의 호기심 가득 찬 "구경"거리, "오지랖"의 대상이 되었다. 그래서 은수 선생님은 동선 공개가 사회적 수치 주기(shaming)의 효과를 가진 "신상 공개"처럼 다가왔다고 표현했다. 범죄자 신상 공개도 인권 침해 여부를 섬세히 따지는데 동선 공개를 둘러 싼 상황들은 너무 인권 감수성 없이 흘러간 것 아니냐고 물었다."
-50쪽, 마스크가 말해주는 것들-

'개인' 정보 역시 마찬가지이다. 예를 들어 개인의 성별정보는 성별에 따라 감염 경로, 발생률, 예후, 치료법이 상이한지를 판단하는 임상·역학 데이터로 기능할 수 있다. 그러나 AA노래방과 성별 정보가 결합하면 '노래방 도우미'를 하러 갔다고 추측되거나 나이 정보까지 결합하면 남자 도우미를 불렀냐(?)고 추론되기도 하다가, 학교 정보가 결합하면 '서울대 대학원생이 공부도 안 하고 뭐하냐' 혹은 '공부하다 스트레스 풀러 갔구나'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노래방이 룸살롱, 아니 클럽 버닝썬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동행인 두 명의 성별이 남자 혹은 여자로 표기되었다면 동선 공지글에는 어떤 댓글이 달렸을까? 동행인이 자녀로 표기되었다면? 다양한 사회적 범주, 지위, 역할, 정체성이 교직된 개인정보에서 보호받아야 할 부부노가 공개되어도 될 부분을 정하는 선은 명확하지 않으며, 거기에 들러붙어 있는 의미는 '사회적'이다.

이런 측면에서 개인이 특정되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를 생각해본다면, 특정된 개인에 대한 사회적 상상력이 그가 감염 책임에서 면책될 만한 적합한 환자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일종의 평판 조회를 낳기 때문일 것이다. 동선 정보가 한참 문자로 올 때, 동료들과 만약 우리가 확진자가 된다면 '꼴페미가 사회적 거리두기 수칙도 안 지키고 여기저기 싸돌아 다녔구나'라는 욕을 먹거나 '집이랑 학교만 다니는 가난한 대학원생이 불쌍하구나'란 동정을 얻겠구나 예상해보는 대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모두들 자신의 동선이 공개된다면, 어느 부분이 어떻게 조리돌림 당할지를 상상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55쪽, 마스크가 말해주는 것들-

마스크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도움을 주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위해서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감염자로부터 비감염자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에 대한 정보를 먼저 얻어야만 했다. 바이러스는 주로 감염자의 호흡기로부터 튀어나오는 물방울과 함께 비 감염자에게 전달된다. 호흡기에서 튀어나오는 물방울은 지름이 10um 미만인 에어로졸과 그 이상인 비말로 구분할 수 있다. 에어로졸과 비말은 사람의 호흡기에서 나온 이후에 중력의 작용에 의해 사뭇 다른 방식으로 확산된다. 크기가 작은 에어로졸은 중력의 영향을 받지만, 보다 가볍기 때문에 환기 또는 바람에 의해 더 멀리까지 날아서 6m 이상까지 도달 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 버스와 같이 밀폐된 공간에서 히터가 작동할 때 감염자의 호흡기로부터 나온 에어로졸에 의해 바이러스는 상당히 멀리 떨어진 사람까지 도달해 감염시켰다. 반면 크기가 다른 비말은 에어로졸보타 무겁기에 호흡기에서 튀어나와 중력에 의해 멀리가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비말은 1.5미터를 넘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았는데, 이것이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사람 간 1.5~2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도록 권유하는 이유이다.

한편 에어로졸과 비말은 감염자로부터 나오는 방식과 비감염자에게 안착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있다. 비말은 주로 기침이나 콧물로부터 나오는 반면, 에어로졸은 일반적인 호흡을 할 때도 배출된다. 도한 에어로졸과 비말은 신체 내부에 들어와 안착하는 장소가 다르다. 비말은 보다 무겁고 크기 때문에 신체 내부에 들어와 코나 입, 기도 상단에 흡착한다. 반면 에어로졸은 기도 하단뿐만 아니라 폐까지 내려갈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바이러스가 에어로졸로도 전달되는가는 방역 방법과 수준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고료 대상이 된다. 즉 바이러스가 에어로졸로도 전달된다는 것은 보다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는 동아시아와 서구 모두 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마스크 쓰기에 대한 정책을 결정한 것이다.
-80쪽, 마스크가 말해주는 것들-

마스크가 감염자로부터 건강인을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로 인해 마스크에는 '공공성'이라는 새로운 사회적 의미가 부여되었다. 나를 보호하기 위한 개인적인 이유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아니라, 혹시 감염되었을지도 모르는 나로부터 타인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를 쓴다는 인식으로 이 행위는 이타적인 행위가 되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애초에 한국사회에서 마스크를 쓰는 행위는 이러한 이타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개인이 불확실성 속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마스크 쓰기의 공공성은 후에 덧붙여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마스크 쓰기의 공공적 성격은 폄훼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마스크를 통해 나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곧 사회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며, 역으로 타인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나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라는 교훈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82쪽, 마스크가 말해주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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