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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이야기&노하우/대학생활팁

스토리가 스펙을 이기리라 - 칠레광부들의 구조를 보면서 든 생각

by 이야기캐는광부 2010.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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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주유소에서 알바를 하고 있다가, 9시 뉴스에서 칠레광부 33명이 모두 구조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참 가슴찡했다. 어떻게 그들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700m 지하속 어두운 시련과 고통들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었을까? 칠레국민들이 환호하며 샴페인을 터트리는 모습을 보자 나도 덩달아 기뻤고 눈물이 글썽였다.
그 순간만큼은 인종, 국가, 서로의 거리를 넘어 그저 기뻤고 감동이 몰려 왔다.


그런데 내가 주목한 것은 그 다음에 흘러 나온 광부들에 관한 또 다른 뉴스였다. '33인의 광부들,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다(이와 비슷한데 정확한 제목은 생각나지 않는다)'라는 자막이 나왔다. 그 내용은 벌써 영화관계자들과 출판업자들이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33인 광부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거나, 영화로 제작 하려는 계획들이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그로인해 33인 광부들이 저작권료를 어마어마하게 챙길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 광부들의 감동적인 구조 스토리는 앞으로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채, 또 다른 콘텐츠로 재생산 될 테니 말이다.


알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서, 갑자기 이 책에 눈이 가게 되었다.
김정태씨의 책<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사 놓고 안읽고 있었는데 칠레광부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왠지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3인 칠레광부들의 겉모습은 허름할지 모르나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세상 어느 것보다도 빛나고 값질 것이었다. 그들의 학창시절 성적은 어땠고, 영어성적은 어땠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돈이 얼마나 있으며, 자격증은 몇 개나 되고, 해외경험이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들 보다는 그들이 어떻게 역경을 극복했고, 모두다 구조 될 수 있었는지에 관한 스토리가 더 중요할 테니 말이다. 후자의 스토리가 훨씬 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않겠는가?
 
책<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가 말하려는 건 바로 이 점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안에 담긴 값진 스토리에 귀울이라는 것!
그리고 내 안에 담긴 값진 스토리에도 귀를 기울이라는 것!
너의 스펙보다 너의 스토리가 값진 것임을 깨달으라는 것!

책을 읽지 않고도 책이 주는 메세지를 깨달아 버린 것일까? 그래도 이것은 책과 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므로 한 장 한 장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마음속에 첫째로 드는 의문은 이것이었다. 과연 스펙과 스토리의 차이는 무엇인가? 스토리가 대체 뭐길래 스펙을 이길 정도란 말인가? 그에 대한 답이 책속에 너무도 명료하게 나와 있었다. 너무 속시원하게 말해줘서 저자에게 고마웠다.

스펙은 혼자 꾸는 꿈이지만, 스토리는 자신의 꿈을 함께 달성하고 싶은 꿈으로 변모시켜준다. 스펙은 경쟁자를 만들지만, 스토리는 협력자를 끌어온다. 이력서나 자기소개서, 기타 자신을 알리는 글을 쓰거나, 그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게 될 때, "나는 무엇을 했고, 나에겐 무엇이 있고, 나는 몇 점이다"라는 이야기가 상대를 감동시킬 수 있을까?
- 책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 72쪽 -

캬~닭똥찜에 소주 한 잔처럼 죽여주는 문장이었다. 스펙은 점수라는 제도로 너와 나의 서열을 만들지만, 스토리는 하나의 꿈에 너와 나를 동참시킨다. 그런데 나는 그동안 점수로 내 자신의 가치를 매기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나는 초등학교때 받아쓰기 30점을 맞았을 때, 부모님께 혼날 것을 두려워했다.

한번은 중학교때 ,평소 나보다 시험점수가 안나왔던 한 친구의 기말고사 성적이 나를 앞지른 적이 있었다. 그때 그 친구에 대한 미운 감정이 질투와 함께 복잡미묘하게 내 가슴을 파고 들었다. 친했던 친구도 경쟁자로 만들어 버리는 무시무시한 점수. 고등학교때는 잘 오르지 않는 모의고사 점수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대입 수능을 보았을 땐 철저히 점수에 따라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달라지는 현실을 뼈아프게 느껴야 했다.

오로지 점수하나만을 위해 달렸던 청소년 시절은 내안에 있는 스토리를 깡그리 잊게 만들었다. 그저 내신성적과 반등수 그리고 모의고사 성적이 전부였다. 나만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에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그런데 대학교 4학년인 지금 이 책을 만났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반갑기도 했지만, 한 숨이 나왔다. 대한민국 교육의 노예로 살았던, 지난 18년 동안 왜 이것을 제대로 가르쳐 준 선생님이나 교수님이 없었을까하고 말이다.

스펙으로 사람을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스토리는 분명 그 사람을 말해준다. 그리고 스토리가 진실하다면, 상대는 나의 가능성을 믿게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스토리에서 발견되는 생생한 역량은 사람을 신뢰하게 만드는 매우 인상적인 단서가 된다.
- 책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 >, 68쪽 -

내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이 책이 나왔더라면 선생님께 이렇게 반항했을 것이다.

"선생님, 스펙으로 사람을 알 수 없습니다. 점수로 그 사람을 판단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스토리는 분명 그 사람을 말해줍니다. 저희들을 등수매기기 이전에 저희들의 스토리에 관심 기울여주세요. 제 꿈이 뭐고, 이루고 싶은 게 무엇인지...무엇을 했고, 무엇을 해 나갈 것인지,,,,"

그런데 나는 이미 취업문턱에서 방황하고 있는 대학교 4학년 청춘을 살아가고 있다. 학점은 이미 나와 있고, 토익은 샤킬오닐 농구화 사이즈보다 100점 높을 뿐이다. 김기욱이라는 사람에게 이미 세상은 점수를 매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입수능점수를 바꿀 수는 없으며, 지난 학기 F학점은 반영구저인(?)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이 책은 나만의 스토리로 반전을 꿈꾸라고 하지 않던가? 정말 고맙게도...실패도 경험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스펙에서 실패는 감추고 싶은 추억이지만, 스토리에게 실패는 자랑하고픈 경험이다.
- 같은 책, 77쪽-

이 문장 하나가 가슴에 폭~ 안기는 순간, 앞이 환해짐을 느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실패없는 성공', 즉 스펙이 아니라, '실패에도 불구한 성공', 즉 우리의 스토리이다. 스토리는 실패도 환영한다. 가장 뼈아픈 실패를 들려주어라.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우리는 보는 세상의 눈이 달라질 것이다.
- 같은 책, 81쪽 -

그리고 김정태씨는 81쪽에서 위의 내용으로 나의 삼수시절과 저질 스펙을 꼬옥 껴안고 다독여줬다.
이제는 내가 어떻게 행동에 옮기는가에 달려 있다. 이 책은 내게 숙제 하나를 내 준 셈이다.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특별한 나 자신임을 알릴 수 있는, 나만의 스토리를 대학시절동안 만들어라!

그리고 내게 마음껏 쓸 수 있는  용돈을 주었다. 그 용돈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적혀 있었다.

스토리가..스펙을 이기리라.....


지금부터 내 안 수천미터 아래,  칠레광부들처럼 갇혀 있던 나만의 스토리를 탈출시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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