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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낀 주유소 장갑이여, 잘 있거라!

대학시절이야기&노하우/아르바이트리뷰

by 이야기캐는광부 2010. 11. 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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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유소 아르바이트 마지막 날에 낀 장갑

11월 7일, 주유소 저녁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정든 주유소를 떠났습니다. 마지막 날 밤 집에 돌아와서 주머니를 살펴보는데 이 녀석이 들어있더군요. 바로 제가 주유소 알바를 하면서 마지막으로 낀 장갑이었습니다. 저를 따라오고 싶었는지, 아니면 그저 우연인건지 제 방까지 오고 말았네요.

휴지통에 버렸다가, 다시 녀석을 꺼내 이 글을 씁니다. 지난 시간들이 생각나 다시 한번 들여다보게 되더라구요.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니,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갔습니다. 부모님께 손을 벌리고 싶지 않아 시작한 아르바이트를 막상 그만두니 다음 달 생활비가 또 걱정입니다. 학업에 지장되지 않게 주말에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알바하며 깨달은 것 :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더라

돈이란 사람을 기쁘게도 하고, 슬프게도 하며, 분노하게도 하며,, 세상을 즐길 수 있게 하기도 합니다. 그야말로 돈은 희로애락입니다. 인생을 희로애락이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돈 자체가 인생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돈이 사람의 희로애락을 좌지우지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한 달 아르바이트비를 받으면, 그 날은 기뻐서 날 뛰게 됩니다. 어디에다 쓸까 행복한 고민에 빠집니다. 하지만 한 달 방값과 한 달 밥값에 지출하고 나면 손에 쥐어지는 것은 몇 푼 안됩니다. 그리고 알바비의 일부를 부모님 쓰라고 드리다보면 돈은 생각만큼 쉽게 모이지 않습니다.

혼자 살면 되는 세상이면 좋겠지만, 이 세상은 그렇지 않네요.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힘들때, 자식으로서 도와드리는 것이 도리이니까요. (알바비를 모아 따로 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 때문에 뜻 대로 안되었지만 말이지요. 저는 여기서 묘한 감정에 휩싸이더라구요. 돈 있어야 효도도 하고, 제 자신이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물론 100프로 맞는 말은 아닐테지만...)

자기가 번 돈은 자기가 다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학자금 대출 이자, 부모님의 빚, 방값, 쌀값 등등..돈을 순식간에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도처에 있기 때문이지요.

아르바이트를 하며 얻은 것과 잃은 것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매달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돈을 얻은 것 같지만, 잃은 것도 있습니다.

학점과 그 때 그 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알바때문에 피곤하다는 핑계로 학업을 게을리하게 되었습니다. 1학기때 저녁알바를 끝내고 새벽시간에 밀린 레포트를 하다보니 다음 날 수업에 지장이 많았습니다. 강한 정신력으로 학업과 알바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학생들도 있지만, 저는 그게 안되었네요. 1학기 기말고사를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주제로 레포트를 써내라고 하면 A+를 맞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해주실 교수님은 세상에 없을 것 같습니다.

돈을 벌면 잠깐은 행복하지만, 그 돈을 벌기 위해 바친 청춘의 시간들이 안쓰럽습니다. 제 청춘에서 돈을 1순위에 두고 싶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돈만 벌기위해 주구장창 일만하는 삶을 살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그런 삶을 살아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턱 막힙니다.

여기서 문제는 일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그놈의 돈이 많이 벌리지 않는다는 사실이지요. 이것은 죽으라 일해도 부자가 되지 못하는 부모님들의 삶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과연 돈없이 행복할 수 있을까요? 물론 돈없이 행복할 수 있습니다.

돈없이 행복하게 사는 법이 있을까?

그렇지만 지금의 저는 돈없이 행복하지는 않습니다(이것은 또 말못할 사정이 있네요..). 돈없이도 행복하게 사는 법에 대해 잘 모르겠습니다. 돈 생각을 안하다가도, 막상 쓸 돈이 없으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괴롭습니다. 불행하지만 현재 이 순간만큼은 그렇습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돈이 결코 제 삶의 1순위가 되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저또한 예외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벌어 보았지만, 그놈의 돈은 연기처럼 사라지고 마네요. 당분간은 다시 배고픈 청춘으로 돌아가야 할 듯 합니다. 그 대신 진정으로 몰입하고 싶은 일들을 미치도록 하고 싶습니다.

어쨌든 마지막 작별인사

그동안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고, 제 청춘이 잠시 머물다 간 자리인 주유소의 주유기와 하늘에게 작별인사를 고합니다.

1번부터 12번까지! 주유기들아, 잘있거라!
주유소에서 바라본 하늘들아, 잘있거라!
주유소에서 꼈던 장갑들아, 잘있거라!
주유소에서 봤던 이름모를, 나방아 잘 있거라!



2010/07/31 - [일상을기록하다] - 주유소 알바를 하며 찍은 하늘 사진을 살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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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9 - [청춘,대학시절 통신] - 때 낀 주유소 장갑은 우리네 인생을 닮아 있다
2010/10/19 - [책을 읽다] - 주유소 알바생이 무릎 탁 칠만한 모바일 혁명 다룬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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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 프로필 사진
    2010.11.10 07:21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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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기 얼른 나으세요~!!
      주유소 알바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11개월동안 많은 걸
      느꼈습니다. 힘찬 내일 되세요잉^^
  • 프로필 사진
    2010.11.10 07:34
    장갑은 주인을 버릴수가 없었나봅니다..
    잃은게 많아도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파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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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1.10 09:15
    고생 많이 하셨네요. 그리고 정말 값진 경험하셨어요.
    알바할 생각을 하셨다니 부모님 입장에선 대견하시지요.
    힘내시고 앞으로 좋은일 많이 있을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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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일하우님 감사합니다 ^^
      힘 내겠습니다. 요새 앞으로 청춘을 꾸려나갈지
      고민이 많습니다. 세일하우님도 무슨일이든 화이팅하세요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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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1.10 09:46
    학점과 그때 하고 싶으셨던일은 못하셨지만
    값진 경험을 하셨다는 생각이드네요 !
    돈 없이 행복하기를 누구나 바라지만
    돈에 대한 욕심을 비우고~
    행복해지기는 참 쉽지가 않은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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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그런 것 같아요.돈에 가치를 두고 살자니
      뭔가 채워지지 않고, 돈없는 행복을 추구하자니
      꽤 힘들것 같고..답을 잘 모르겠습니다.흑.
      앞으로 청춘을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야 할지
      좀더 고민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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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1.10 21:52
    정말 진하게 작별인사하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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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1.11 10:56
    돈은 나를 자유롭게 해줄수 있는 것이지. 그래서 중요하기도 하지. 우리는 돈에 구속받고있는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살고있고, 우리가 대학생때 배운것이라면 돈벌기위해 살면 돈은 멀어지고 진짜 좋아하고 열심히 할수있는 일을 찾아야 자유로울수있다는것. 지금 버스에서 댓글단다. 노트북으로. 와이브로 되니까 너무 좋네이...........날씨좋다. 오늘도 화이팅.............너의 친한친구 상연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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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1.14 07:03
    간만에 찾아왔는데, 주유소 알바를 그만 두셨다구요. 예전에 주유기 번호마다 차이가 있다는 글 재밌게 읽었는데, 이제 주유기에 관한 이야기는 끝이 났군요. 독특한 시각속에서 나오는 재미난 이야기. 그 안에는 사람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자주 뵐게요. 행복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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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하는 꼴찌님 안녕하세요 ^^
      정든 주유소를 떠나게 되었답니다.
      많은 걸 느끼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네요.
      그전에 주유소이야기 재밌게 읽으셨다니 기쁩니다.
      남은 주말 힘차게 보내세요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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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2.08 22:01
    토닥토닥 ^^
    오빠 고생많으셨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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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7.30 16:55
    너무 소중한 정보 들이라 공식추천님 블로그의 글들을 시간나는데로 처음부터 샅샅이 정독해야겟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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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9.22 15:48
    진짜.. 공연보러 다녀야 되는데 ㅠㅠ
    너무 묘하게 바빠진듯 ;;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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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6.15 11:39
    좋은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