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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이야기&노하우/대학생활팁

컵라면에게 쓰는 편지



컵라면아 안녕! 너는 성이 컵이고 이름이 라면이니? 

그냥...궁금해서...뭐..네가 말을 못하니 그냥 그렇게 알고 있을께.
너는 신간서적처럼 비닐봉지에 쌓여 있구나.
배고파서 너를 뜯기 시작하면 위장, 대장, 소장이 벌렁벌렁 거린단다. 
기대감과 설레임에 말이지. 원래는 심장이 벌렁벌렁 거려야 하는데 말이야.

네 몸뚱이에 쓰인 문구를 보아하니
 


 
네 몸뚱아리를 보면 이렇게 쓰여 있어.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십시오."
햇빛을 쐬면 좋으련만, 나는 너를 내 방의 어두운 그늘에 보관하고 있단다. 
네가 무슨 뱀파이어도 아닌데 말이다.

네가 무슨 뱀파이어도 아니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다. 뱀파이어, 드라큐라의 몸에도 같은 문구가 적혀있지 않을까하고.
"이 뱀파이어는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 보관하십시오."
뱀파이어와 비교해서 미안하다. 뱀파이어는 피를 빨아 먹지만, 너는 내게 그나마 영양을 보충해주는 녀석이지.

뚜겅을 열면, 스프봉지와 양념봉지가 들어 있지. 
너에게 뜨거운 물을 붓고...미안하다.....너를 먹을려면 그렇게 해야만해...

내가 마치 너를 고문하는 것 같구나.미안하다.

너의 머리통을 뜯고.
너의 몸에 뜨거운 물을 냅다 들이 붇고,
젓가락으로 내장을 휘저은 다음에,
3~4분 그대로 나두니까 말이다.
마치 너를 고문하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하다.

어쨌든 그렇게 해서 너를 먹으면 얼큰한 국물이 남아 있다.
껍질 빼고는 너의 모든 것을 다 먹어버리지.
대신 내 뱃살은 부어오르기 시작한단다.

네가 쓸쓸할까봐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내온다.
김치 한 점을 네 안에 던져놓고 휘이이 젓는다.
그러면 국물이 더 맛있거든.

그 다음에 너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그냥 쓰레기통으로 가버리는 구나.
물로 깨끗이 씻어서 그늘아래 말리고 싶지만,
귀찮다.

어쨌든 항상 고맙다.
내 주린 배를 채워주어서.
네가 비록 말은 못하지만
너를 두 손으로 감싸면 안다.
너의 따뜻함을, 그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