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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록, 기록한다는 것의 돌덩이같은 저력

책노트

by 이야기캐는광부 2011. 8.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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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30일 새벽 5:02. 빗방울 하나가 지구의 한 모퉁이를 적시고 있다. 녀석은 잘못왔나하고 흙더미에서 두리번 거린다. 곧이어 친구들이 하나 둘 곁으로 떨어진다. 푸른  어둠을 헤치고 알지도 못하는 장소에 내린 기분은 어떨까? 그리고 그 빗방울은 어디로 흘러갈까?


이 맘때쯤 내 손가락은 오항녕의 책<조선의 힘> 54쪽을 더듬고 있었다. '실록, 그 돌동이같은 저력'이라는 주제로 펼쳐진 이야기는 단번에 나를 사로 잡았다. 요새 기록한다는 것의 가치에 깊이 꽂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조선시대에 대한 기존의 편견과 오해를 바로잡기위해 썼다는 이 책속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실록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건 아마 기록을 업으로 삼는 블로거직업정신(?)때문이 아닐까?

조선왕조실록이라고 하면 어렸을 때부터 익히 들어왔던 것이다. 실록은 단순한 책이 아닌, 수백년 전 역사를 간직한 보물창고이다. 실록은 중국 당나라 태종때 편찬되기 시작했고, 한국사에서는 통일신라 말 9세기쯤부터 편찬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단다. 실록은 보통 어떤 왕이 재위중일 때가 아닌 세상을 떠나고나서야 편찬된다. 한 나라의 왕조와 그 역사를 기록하는 문서였기에, 왜곡되거나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다.


또 실록은 그 당시에 아무나 볼 수 없었다. 국왕은 물론이고, 사관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볼 수 없는 것이었다고 한다. 지금 우리가 그 일부를 볼 수 있는 건 어쩌면 크나큰 행운일지도 모른다. 실록안에 그 시대의 시간과 이야기들이 소중하게 살아숨쉬고 있고, 그 안의 흔적들을 살펴보면 내 삶의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으니 말이다.


나에게 역사 공부는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분명 지금의 나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끼친 과거의 지층이 있다는 것, 그 지층의 탐사가 나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가 그 하나이다. 이런 관점에서 내가 올라간 과거가 조선문명이었다.(중략)결국 그들이 산 흔적을 살펴보면 내가 살 흔적도 알게 되리라는 기대가 두 번째이다. 
- 6쪽 -

 
저자의 말을 빌리면, 조선왕조역사에는 27왕대의 실록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고종과 순종의 실록은 일제시대에 편찬되었으므로 <조선왕조실록>에는 포함시키지 않는다. 한편 실록을 편찬할때마다 '의궤'라는 책을 통해 그 과정을 기록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15종의 의궤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지금까지 전해지지 않는 의궤안에는 어떤 풍경이 담겨 있었을까? 더욱더 궁금해진다.

         ▲ 실록편찬과정.

실록을 편찬할 때는 이를 관할하는 관청도 따로 두었다. 이를 실록청이라고 한다. 더불어 실록의 글자들을 교정했던 교정청과 인쇄결과를 놓고 검토하는 일을 담당했던 교수청이 있었다. 이를 보더라도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실록을 편찬했는지 알 수 있다. 그 시대 사람들도 직감적으로 기록의 소중함을 알았기 때문일까? 그저 이런 귀중한 지적유산을 남겨주어 조상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책<조선의 힘>을 잃고 나도 언젠가 실록을 손으로 한 장 한 장 넘겨보며 그 옛날 이야기를 꼼꼼히 살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이 책이 내게 선물해 준 가르침은 바로 이것이었다. 왜 우리가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역사를 거울에 비유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역사를 '거울보기'로 이해하는 것이다. '거울에 비춘다'는 행위는 생각처럼 단순하지 않다. 우선 거울에는 거울이 비치지 않는다. 거울에 비치는 것은 내 얼굴뿐이다. 이 이치를 그대로 역사에 대입해보자. 내가 역사를 배우면 과거가 보이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내가 보인다. 재미있지 않은가! 마치 "거울아, 거울아, 누가 가장 예쁘니?"하고 묻는 동화속의 마녀처럼 우리는 거울(사실)과 대화를 하는 것이다. (중략)'거울'을 통해, 예전 사람이 역사를 공부했던 목적이 '지금의 나'를 이해하기 위해서였음을 알 수 있다.

- 243쪽 -  


역사는 거울이라는 비유는 너무도 친숙하지만, 이보다 더 좋은 비유는 없는 것 같다.


한편, 이 책을 읽으면서 요새 방영중인 드라마<공주의 남자>가 생각났다. 정확히는 여주인공인 세령 아가씨의 어여쁜 자태가 생각났지만 말이다.^^; 드라마속 단종과 문종 그리고 세조 이 세 왕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혹은 가슴아프게 전개 된다고 한다. 갑자기 그들의 왕조실록을 훔쳐보고 싶어졌다. 그런데 창밖에 새가 지저귄다. 비가 내리는데도 새가 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역시나 나의 리뷰는 두서없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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