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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트

류강의 추리소설같은 역사 책<고지도의 비밀>

by 이야기캐는광부 2011.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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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한 책이다. 600여쪽이 넘는 분량을 통해 고지도의 비밀을 하나 하나 파헤져 가는 것이 흡사 탐정이 된 것 같았다. 한 책의 저자인 류강은 어린 시절부터 수집이 취미였고, 서른 살이 넘어서부터는 고지도를 모으는 일에 흠뻑 취했다고 한다.


그가 고지도에 빠지게 만든 결정적 계기는 2001년 중국의 어느 고서점에서 일어났다. 그곳에서
1418년에 간행된 <천하제번식공도>를 모사했다는 지도를 발견한 것이다. 그는 직감적으로 그 지도가 가진 가치를 느꼈고, 냉큼 사들였다.


▲ 1418년 간행, <천하제번식공도> 모사본 -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는 세계의 다양한 지도를 볼 수 있다는 점!

그 지도는 헌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그 모사본이 진품이라면, 중국의 옛 탐험가들은 15세기 후반(1492년)의 콜럼버스나 16세기 초 마젤란의 유럽보다 먼저 이미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와 같은 대륙을 발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것이었다. 아니 중국이 유럽보다 먼저 앞서서 세계의 왠만한 대륙들은 먼저 발견했다는 이야기였다. 이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을 보기좋게 뒤집을 수도 있는 것이었다.

저자는 조심스레 자신의 주장을 근거있는 자료를 통해 독자에게 보여준다. 특히 <천하제번식공도>모사본에 적힌 바다명칭이 그 증거였다. 그 지도에는 오늘날의 남대서양과 북대서양을 각각 '서양(西洋)과 '서해(西海)'로 나타내고, 인도양을 소서해(小 西海)로 표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 모사본에는 분명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대륙이 그려져 있다. 그것은 중국의 한 탐험가가 콜롬버스나 마젤란과 같은 이들보다 먼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는 이야기였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지도안에 그 대륙의 모습을 비슷하게 그릴 수 있을 것인가? 또 모사본이 1418년에 간행되었기 때문에 원본<천하제번식공도>는 그보다 오래 전에 세상에 나왔을 것이었다. 

▲ 1402년 간행,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
 

하지만 저자는 그 증거를 찾기위해 한 가지 큰 산을 넘어야 했다. 바로 모사본<천하제번식공도>가 진품이라는 것을 밝히는 것. 이 책은 저자의 그런 험난한(?) 여정을 시작으로, 다양한 중국의 옛 지도를 예로 들면서 중국의 옛 탐험가들이 유럽보다 먼저 대륙을 발견했음을 차분히 증명해나간다.

유럽에서 만들어진 세계지도에서부터 수천년전에 만들어진 세계지도까지, 저자가 다루는 고지도의 양은 방대하다. 중간 중간에 실린 지도 사진을 보고 있으면, 인류는 수쳔년전부터 지구의 모습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또 지도를 보고 있는 재미가 쏠쏠하다. 옛 사람들은 이렇게 세계를 인식하고 있었구나 생각하면 오늘날의 과학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도 알게 된다.

그리고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작업이 생각보다 얼마나 힘든지도 깨닫게 된다. 유럽에서 나온 세계지도의 경우, 중국의 지도를 베끼거나 인용한 흔적이 보이지만 이를 제대로 표기한 유럽의 학자들이 없었다. 그래서 수백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학계의 주장은 다양하게 엇갈리고 고지도의 진실을 밝히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저자인 류강은 이를 개의치 않고 고지도의 비밀을 하나하나 파헤쳐 나간다. 

▲ 1595년의 <메르카토르의 아메리카 지도>

책의 끝장에 다다르면 두 가지 충동이 일어난다. 하나는 중국 고지도에 관한 다른 책들을 찾아서 읽어봐야겟다는 충동이고, 또 하나는 지금 당장 고서점으로 달려가 우리나라 옜 지도를 발굴해보고 싶은 충동이다. 전자는 이 책의 저자가 너무나도 믿을 만한 자료들로 자신의 주장을 담아 내는 저력 때문이고, 후자는 고지도 한 장에 이렇게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을만한 큰 의미가 들어 있음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덤으로 이 책은 중국 과학기술이 왜 15세기 부터 쇠퇴하였는지, 그리고 15세기 이전까지 중국의 과학기술이 얼마나 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는지를 몸소 체험시켜준다. 고지도를 연구하고자(있으려는지 모르겠지만^^;) 하는 학생이라면, 하나의 지침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고 감히 생각해 본다. 
이 책을 도서관에 빌려봤지만, 꼭 소장하고 싶은 책이다. 셰계지도 컬렉션이자, 세계지도의 간행 역사 그리고 천문,지리 측정 기술의 발달에 대한 역사를 한번 크게 훑을 수 있는 소중한 이 책. 열심히 추천하고 싶다.


목차
제1부 신비로운 고지도

1장 「천하제번식공도天下諸番識貢圖」
2장 근대 이전 유럽에서 제작된 세계지도에 대한 의혹 
3장북쪽을 최초로 지도에서 위쪽에 둔 사람은 누구일까?

제2부 중국의 역사적 유산
 
4장 고분에서 발견된 아메리카 지도
5장 12세기에 대서양을 횡단한 상선
6장 중국의 전통 지도투영법
7장 동서반구로 구분한 세계지도의 비밀을 풀다
8장 정화의 대원정의 밀명
 
9장 세계 각지의 측량, 지도 제작, 과학기술 문명

제3부 동·서양의 교류

10장 중세 시대 동·서양 교류의 유산- 마르코 폴로의 북아메리카 지도
11장 유럽 고지도에 나타난 중국적 특색
12장 포르톨라노 해도의 불가사의한 진실
13장 유럽 선교사와 중국의 고지도

제4부 역사의 본보기

14장 조지프 니덤의 난제: 중국의 근대 과학은 왜 낙후되었는가?
15장 역사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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