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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트

센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뭐가 있나?

by 이야기캐는광부 2012.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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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센델의 책<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돈으로 살 수 있는것인 '우유속에 코코아'를 홀짝 마시다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었다. 센델교수가 15년동안 시장의 도덕적 한계에 대해 철저히 고민한 것들을 담은 책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역시나 15년 동안의 사색이 담긴 내용을 한 번 읽고는 잘 이해되지 않았다. 다만 이 책의 끝장을 덮고 머릿속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뚫고 들어왔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돈으로 사려 할 때 언제나 문제가 생긴다. 돈으로 값을 매길 수 없는 것들에 값을 매기려 할 때 부작용이 발생한다. 그 부작용은 센델이 말하는 시장의 도덕적 한계가 아닐까?"


역시나 책을 읽고나면 결국 두 줄 아니면 세 줄밖에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나마 다행이다.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한 번 읽고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는데 별 수 있으랴. 어렵기는 이 책이나 그 책이나 도찐개찐이다. 



책을 한 번 읽고는 머릿속에 잘 들어오질 않으니 차라리 책의 제목에 대해 생각해 보기로 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엔 무엇이 있을까? 


희망, 우정, 사랑, 배려, 열정, 미래, 시간, 생명...


언뜻 떠오르는 것들이다. 비물질적인 가치, 즉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하나 하나 뜯어보면 모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일까? 진정으로? 시장과 자본이 지배하는 이 사회에서는 질문을 이렇게 바꿔야 하지 않았을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무엇인가" ---> "당신이 돈으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무엇인가?"




위 질문의 변화는 요즈음 세상에서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왜냐하면 돈으로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버젓이 돈으로 거래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딱 잘라서 말하기 어렵고, 돈으로 살 수 없다고 여겨지는 것들도 '언젠가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으로 변화할 가능성'을 염두해 둬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책에서는 다음처럼 돈으로 거래될 수 있다고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 돈으로 거래되는 사례들을 제시한다.


멸종위기에 놓인 검은 코뿔소를 사냥할 권리 : 15만 달러

미국으로 이민하는 권리 : 50만 달러

인도의 여성 대리모 서비스 : 6250달러

대기에 탄소를 배출할 권리 :  1톤에 13유로

이마나 신체의 일부를 임대하여 상업용 광고를 게재하라 : 777달러

학력이 부진한 댈러스 소재 학교에 다니는 2학년 학생에게 책을 읽으면 2달러 주기


멸종위기에 놓인 검은 코뿔소를 사냥할 권리를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것일까? 이 말은 코뿔소의 생명을 돈으로 사고 판다는 이야기와 결코 다르지 않다. 우리가 그 코뿔소를 죽일 권리를 돈으로 살 자격이 있을까? 코뿔소의 생명이나 인간의 생명은 같은 가치를 지니고 있지 않나? 위 사례를 보며 '생명'이라는 돈으로 환산 할 수 없는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고 있는 세상의 무서움을 새삼 다시 느꼈다. 인간도 생명을 잃으면 보험이라는 제도를 통해 '보상금'이라는 명목으로 그 생명을 것한다.


센델의 이 책을 읽으며 다음과 같은 생각이 심장을 파고들었다.


"이 세상에 돈으로 살 수 없는 안전한(?) 가치는 거의 없다. 시장과 자본의 손길이 닿지 않는 불가침의 가치란 거의 없다."


예를 들어 우리가 발을 딛고 있는 땅의 경우를 살펴보자. 우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땅'을 사고 팔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자연을 소유할 수 없다는 인디언들의 사고방식과 달리, '땅'에 꺼리김없이 값을 메기고 있다. 이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며 서민들의 숨통을 조인다. 땅을 소유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 달나라 사람이라고 취급받을 세상이다.


앞서 이야기한 '희망', '사랑', '열정', '권리'. '생명' 등도 언제든 돈으로 사고 팔 수 있는 상품처럼  생각해 버리는 세상이 온다면? 그 얼마나 불행할 것인가. 입양아의 경우 어떤 인종이냐에 따라 입양비가 달리 책정되는 현실을 보면 그런 세상은 벌써 우리 발 밑까지 와 있다.


그런 세상속에서 센델의 책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자본과 시장의 논리로부터 지켜내기 위한 사색을 하게 만든다. 책을 읽으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으로 남아야지 '돈으로 살 수도 있고, 돈으로 살 수 도 있는 것'으로 남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 




<밑줄 그은 문장>


과연 인간의 모든 행동을 시장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경제학자, 정치학자, 법학자 등이 이러한 문제를 놓고 지속적으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학계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시장개념이 매우 강력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동안 사회적 관계도 시장관계의 개념에 맞추어 놀라울 정도로 수정되었음을 목격해 왔다.

- 81쪽 - 



자녀 출산권을 사고파는 체계는 여전히 문제가 있다. 그 중 하나는 조건이 평등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불공정성 때문이다. 우리는 아이를 가난한 사람이 아닌 부자들만 감당할 수 있는 사치품으로 만드는 것을 주저한다. 자녀 출산이 인류 번성의 핵심이라면, 돈을 지불할 능력에 따라 이러한 재화에 접근할 기회를 주는 처사는 공정하지 않다.

- 107쪽 - 



"혈액의 상품화와 혈액을 통한 이익 추구 현상이 자발적인 기증자들을 내쫗고 있다." 티트무스에 따르면 일단 사람들이 혈액을 일상적으로 사고파는 상품으로 보기 시작하면 혈액을 기증하겠다는 도덕적 책임감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티트무스는 바로 시장이 비시장 규범을 몰아내는 효과를 지적한다. 혈약의 거래가 확산되면 혈액을 무료로 기증하는 관행이 감소된다.

- 172쪽 - 



이타주의, 관용, 결속, 시민정신은 사용할 수록 고갈되는 상품이 아니다. 오히려 운동하면 발달하고 더욱 강해지는 근육에 가깝다. 시장지향사회의 결함 중 하나는 이러한 미덕이 쇠약해지게 방치하는 것이다. 우리의 공공 삶을 회복하려면 좀 더 부지런히 미덕을 행사해야 한다.

-  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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