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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이야기&노하우/수능의추억

대입재수이야기(8) - 대학정시 모두 낙방후 서럽게 울다

by 이야기캐는광부 2012.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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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어찌어찌하다가 수능을 세 번 보았던 내 청춘의 이야기다. 성공담이라기보다는 실패담 혹은 에피소드에 가깝다.



2003년이 아이언맨처럼 슉~ 지나가고, 어느덧 2004년 1월 겨울이 되었다.

나의 거지같은 수능점수때문에 우리 부모님의 마음은 여전히 냉방상태였다. 

'어떻게 하면 효도를 해서 부모님 마음에 내복을 입힐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불효의 나날이 계속되었다.


2004년 수능 가, 나, 다 군 정시모집 지원을 마치고, 

몇 주일간 '뭐, 어디라도 되겠지'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발표를 기다렸다.

컴퓨터앞에 앉아 마우스를 깨작거렸고 초조한 마음을 가누지 못했다.


드디어 대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합격, 불합격을 확인하는 순간. 

심장이 벌렁벌렁, 간이 콩알콩알! 부처님, 예수님, 천지신령, 삼신할머니까지 다 소환했다.

이름과 수험번호를 쳤는데... 이런! 오마이 갓! X같은 상황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토벤의 운명교향곡이 귓가에서 재생되고야 말았다.

따다다단, 따다다단,따다다다다 딴딴딴!

한 군데도 아니고 가,나,다 군 세 군데나 불합격해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클릭해서 이 음악을 들어야 제 심정이 글 읽는 분께 전해집니다.)



그러나 최종적인 불합격은 아니었다. 추가합격이 있기 때문에 아직 희망을 버리진 못했다.

2월초까지 희망은 있었다. 



'내게는 추가합격이 있어. 그래! 아직 포기하긴 일러!

희망의 지푸라기를 놓아서는 안된다...'



'추가라도 되겠지'하고 마음을 졸이며 몇 일을 보내고...

'이건 꿈일 꺼야. 어느 한 군데라도 추가합격이 될꺼야'라며 간절히 빌었다.


하지만....


추가합격기간동안 전화를 하면서까지 확인했지만, 

추가합격명단에 내 이름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다시 한번 확인해 주세요. 정말 끝났나요?'

'네'


정말 끝이었다.

다시 한번 베토벤의 운명교향곡이 장엄하게 울려퍼졌다.

드디어 올 것이 오고야 말았던 것.



3군데 지원한 대학 모두 불합격.

한 군데 대학교는 후보 2순위에서 멈추고 말았다. 








남자는 고추달고 태어나서 남자는 세 번만 울어야 한다고 했던가. 

어느 시대 누가 한 말인지 모르지만 그 말은 좀 수정되어야 할 판이었다.


최종적으로 모두 불합격임을 확인한 그 날 말없이 집을 나왔다.

터벅터벅.

맛있는 빵집의 빵냄새에도 무감각해졌고,

추운 데도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의 섹시한 엉덩이에 머무르는 시간은

3초에서 1초로 줄어 들었다.



오로지..

무엇에 홀린 사람처럼 천변으로 걸어갔다.

천변에서 주위를 살펴보고 지나가는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고.

고개를 푹 숙인채..

눈물을 흘렸다.

그때는 밤이었다.





어깨는 흔들렸고,

크게 소리내어 울지는 못했다.


내 청춘은 주룩주룩 흐르는 눈물과

흘러내리른 콧물로 범벅이 되었다.

머리속에는 '삼수'라는 단어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까마귀처럼 날아가고 있었다.






도둑고양이처럼  집에 들어와서 방안에 들어가는 찰나,

어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어머니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듯한 표정을 하고 계셨다.


고개를 푹숙이고 방으로 들어갔다.

2월의 겨울은 참으로 혹독했다.

그 해도 부모님의 마음에 내복을 입혀드리지 못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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