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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의 시 '고향', 나의 고향은 김치통을 열면...

책노트

by 이야기캐는광부 2016. 1. 21.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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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의 시 '고향'을 좋아한다. 손목을 이유없이 어루만져 보았다. 맥박이 뛰는 자리에서 고향의 숨소리를 엿 듣기도 했다. 옛날 고향집에서 키우던 개의 이마가 만져지는듯도 했다.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넌즛이 웃게 되는 구절이다. 먼데 산을 보고싶어지고, 고향의 넉넉한 들판이 떠오르기도 하더라.


나의 고향은 냉장고속 김치통 안에 있다. 어머니가 맨손으로 김치를 담그시고, 뒤적거리고, 양념을 묻히고, 아들 생각을 했을 터이다. 김치통 뚜껑을 열면 고향집 거실 천장이 열렸으면 좋겠다. 그안에 배를 반쯤 드러내고 TV를 보고 있는 아버지. 곁눈질하며 이 인간, 이 인간을 찾기 직전의 오마니.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양말, 팬티. 그 모든 풍경이 보였으면 좋겠다. 김치통은 고향을 그립게 한다. 백석의 시를 읽으며 달래본다. 



고향(故鄕)/ 백석



나는 북관(北關)에 혼자 앓어 누어서

어늬 아츰 의원을 뵈이었다

의원(醫員)은 여래(如來)와 같은 상을 하고 관공(關公)의 수염을 들이

워서

먼 넷적 어늬 나라 신선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도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집드니

문득 물어 고향(故鄕)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平安道) 정주(定州)라는 곧이라 한즉

그렇면 아무개 씨(氏) 고향(故鄕)이란다

그렇면 아무개 씨(氏)-ㄹ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우슴 띄고

막역지간(莫逆之間)이라며 수염을 쓸ㄴ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醫員)은 또다시 넌즛이 웃고

말없이 팔을 잡어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故鄕)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비 / 백석


아카시아들이 언제 힌 두레방석을 깔았나

어디로 부터 물쿤 개비린내가 난다



나 취했노라 / 백석


나 취했노라

나 오래된 스코틀랜드의 술에 취했노라

나 슬픔에 취했노라

나 행복해진다는 것과 또한 불행해진다는 생각에 취했노라

나 오늘 이밤의 허무한 인생에 취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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