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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에세이/일상끄적

주유소 알바를 하면서 내 몸에 재밌는(?) 변화가 일어나다

by 이야기캐는광부 2010.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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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한지도 4개월이 다 되간다.
학교를 다니면서 용돈벌이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내 몸에 재밌는(?) 변화가 일어났다.

첫째, 주유소안에서 앉아있다가 자동차 라이트를 보면 내 몸이 자동적으로 반응해 용수철처럼 튀어오른다. 차가 라이트를 번쩍이면서 주유소안으로 들어오면 뛰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참 재밌는(?) 현상이다. 사람의 적응력은 놀랍다. 빛의 속도와 맞먹는 내 신체의 반응속도.

둘째, 학교 가는 길에 자동차가 지나다니면 주유 구멍이 어딘지 살핀다. 두개의 눈이 자동적으로 자동차의 주유구를 찾게 된다. 이것은 일종의 아르바이트병인가보다.

셋째, 차를 딱 본 순간 '저 차는 경유차야, 저 차는 휘발유차야'하고 혼잣말을 한다. 일종의 강박증(?) 비슷한 현상이다(주유소 아르바이트 초기에 일어나는 증상이다 ). 주유소에서 혼유(ex>경유차에 휘발유차를 넣는다던가 하는 일)는 해서도, 있어서도 안되는 대참사이기 때문이다. 실수라고 부르기엔 뭔가 거시기한 대형사고(?)인것이다.

다른 실수는 어떻게든 땜방이 가능해도 혼유하는 순간 주유소나 아르바이트생이나 타격이 크다. 혼유한 차가 외제차라면 뭐 20대 청춘은 그 날로 나가리 되는 것이다. 그러기에 항상 정신을 바짝 세우고 주유구를 살핀다. 외제차면 손님한테 여쭤보는 걸 잊지 않는다. 

일이 익숙해지면 상관없다. 하지만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생전 처음한다면, 그리고 평소 자동차와 친하지 않다면 혼유를 하지 않기위해 항상 정신을 바짝세워야 한다. 배테랑이라도 정신줄 놓는 순간 통장잔고가 잘못넣은 기름으로 불질러지는 수가 있으니...

넷째, 빨간 신호등앞에 많은 차들이 서있으면 저번에 나한테 반말하면서 짜잉나게 한 손님들의 차가 아닌가 하고 유심히 찾게 된다(이 증상은 그런 손님을 만난 당일과 그 다음날까지 지속된다). 그런 손님들은 잘 잊혀지지 않는다. 이것은 나도 모르게 생기는 뒤끝이다.

물론 나이지긋한 어르신들이 반말하는 건 상관없다. 한참 어린 나에게 말을 높이는 것도 참 거시기한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적당한 반말은 그러려니 하고 넘긴다. 뭐 그럴수도 있겠거니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런 유형은 정말 주먹을 부른다. (물론 손님 100명중에 1~2명꼴로 있는 손님들의 유형이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존댓말로 한다. )

첫째, '야, 물 갖고와'
이유없이 짜증난다. 나도 같이 반말해주고 싶다. '응, 여기 있어'하고 말이다. 물론 손님이 왕이니 그럴 수는 없다...

둘째, '야~(창문밖으로 카드를 흔드면서)'
그래 여기까지는 괜찮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참을 수 있다. 그런데 카드를 받으러 손님에게 다가갔는데, 그렇게 나이차이도 많이 나지 않을 것 같은 젊은 손님이면 왜 갑자기 열이 받치는 것일까?
그냥 이유없이 주유구로 꿀밤을 때리고 싶다. 물론 그럴 수는 없다. 손님이 왕이니...


어쨌거나, 오늘도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블로그에서 넋두리를 해본다. 그 1~2명의 손님들때문에 하루 기분을 망치지만, 항상 주유소를 찾아주시는 수백명의 착한 손님들을 봐서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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