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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에 대한 편견은 고이 접어 내버려라, 책 <모터사이클 필로소피>

책노트

by 이야기캐는광부 2010. 12. 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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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받고 첫장을 읽는 순간, 저자인 매튜 크로포드에게 흥미를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어? 고연봉을 주는 위싱턴 싱크탱크의 연구소장직을 때려치우고 오토바이 수리공이 되었다고?". 나같으면 그런 소장직을 쉽게 그만 둘 수 없을 터였다. 결국 나는 이런 질문을 던지며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소장쯤 되면 좋은 책상에 앉아 편하게 일할 수 있을텐데... 왜 사서 고생을 하지? 몸으로 하는일보다 소장직이 훨씬 나을텐데..'

책을 5분의 1가량 읽고 나서야 왜 이런 질문이 나왔는지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내 마음속에, 깔끔한 옷을 입고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손으로 일하는 전기공, 배관공, 수리공같은 사람보다 우월하다는 편견이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머리를 써서 하는 직업이 몸으로 때우는 직업보다 더 가치있고 인정받을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런 우리들의 편견을 비판하며, 몸으로 하는 노동의 가치를 자신의 체험담을 겻들여 설명한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기술교육이 사라지고 있음에 대해 한탄한다. 또 학생들은 기술 하나씩을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게 된 건 오토바이 수리공으로 살아가면서 다음과 같이 깨달았기때문이다.

매튜, 자기자신을 위한 주체적인 삶을 찾다

바로 머리로 하는 일보다 몸으로 하는 일을 통해 좀 더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고, 보다 자기자신이 주체가 되어 행동할 수 있다고 느꼈던 것! 그는 몇십년씩 책상머리에 앉아 지식만 쓸어 담고 있는 대학생들을 안타깝게 여긴다.


우리나라 현실에 비추어보면, 대학교 졸업장이 주는 혜택(?)을 뿌리치지 못하고 너도 나도 좋은 직장의 사무직에 들어가고 싶은 현실을 꼬집는 것이다. 취업준비생들이라면 한번쯤 이렇게 생각할 것이니 말이다.  '나는 대학을 나왔으니, 이 정도의 직장에 들어가지 않으면 체면이 안 서지..'라고.

그는 혹여나 그런 체면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지 않을까?

공식적으로 '지식노동'으로 인정받는 다른 직업들에 비해, 손으로 하는 노동을 할 때 내가 항상 느끼던 행위주체성과 능력을 이해해보려 했다. 놀랍게 들릴지는 몰라도, 나는 자주 육체노동이 지적으로 더 큰 흥미를 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이유를 이해해보려는 시도다.

- 책<모터사이클 필로소피>머리말 중에서-

그의 책 머리말에 나와 있는 말이다. 언뜻보면 '지식노동'이라고 대접받는 직업들을 깎아내리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책을 읽어내려가다보면 그가 진정 말하려는 것은 이것임을 알 수 있다. 소위 직업의 끝에 '사'자가 들어가는 지식노동자들 만큼 잘하면 잘했지 못하지 않은 육체노동의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다음 머리말에도 잘 나타나 있다. 혹시나 '나는 기술직과 같은 육체노동자들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일부 지식인들의 자세를 살짝 비판하면서 말이다.

나는 일부 지식인들이 손으로 하는 일에 대해 갖고 있는 고귀한 이미지를 피하고자 한다. 또 어떤 이유에서인지 '노동자 계급'이 더 진짜배기고 사회적 평등의 차원에서 더 용감하다고 보는, '보다 단순한'인생에 대한 동경어린 시선에도 별 관심이 없다. 사실 나는 기술직이 선택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는 명예를 회복시키고 싶다.

- 같은 책 머리말 중에서-


물론 전통물건을 장인들을 보면 품격있고, 고귀한 일을 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풍긴다. 그런데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기술직은 이런 사람들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평상시에 흔히 볼 수 있는 배관공, 페인트공, 수리공과 같은 땀에 젖고, 손에 때묻혀가며 일하는 직업들을 가리키는 것이다.

매튜가 오토바이 수리공으로 살면서 얻은 가치는?

책의 초반부를 훌쩍 넘기며 이런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그가 소장직을 그만두고 오토바이 수리공으로 일하면서 회복한 행위주체성이란 것이 대체 뭘까?'

저자는 자신이 오토바이 수리공일을 하며 책상에 앉아 소장으로 일했던 시절보다 행위주체성을 회복했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행위주체성을 이해하기 위해 한 가지 사례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쇼핑몰 중 하나는 '곰인형 만들기'라는 가게인데, 여기서 아이들은 자신만의 곰인형을 만든다. 나는 이 가게 중 한 군데에 가본 적이 있다. 막상 보니 아이들이 실제로 하는 일은 컴퓨터 화면에서 곰인형의 생김새나 옷을 고르는 것뿐이었고, 다 고르고 나면 아이를 위한 맞춤 인형이 완성되었다. 다른 누군가가 우리 앞에 끼어들어 배려해준답시고 상황을 미리 다 처리해버린 것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체화된 행위주체성을 기르는 일을 처음부터 막는다.

- 같은 책, p89 -

곰인형을 만들어주는 가게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곳에 갔더니 아이들이 스스로 인형을 만들 수 있는 곳이 아니었음에 실망한 이야기다. 요즘 아이들은 자기자신이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여 '곰인형'을 만들어 갈 수 있는 행위주체성을 키울 수 없는 환경에 놓인 것이다.

크게 보면 완성된 상품만을 내놓고 소비하게 만드는 자본주의 사회를 꼬집고, 아이들이 어른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세상에 노출되어 있음을 비판하고 있다.

책의 목차 : 4장과 5장에 정비교육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일반 철학책과는 다른 독특한 구성이다.

1장 실용기술에 관한 짧은 이야기
2장 일의 미래
3장 내 물건의 주인되기
4장 정비 교육 1 : 기계 다루기 입문
5장 정비 교육 2 : 아마추어에서 프로로
6장 칸막이 사무실의 모순
7장 행동하는 사고
8장 일, 여가, 그리고 완전한 몰입
결론 진정한 자립을 위한 길


반면 그는 오토바이 수리공을 하면서 모든 것을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고장난 오토바이를 수리하고 각종 부품을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과정에서 두 손을 쓴다. 전혀 예상치 못한 문제를 만났을 때에는 몇시간이고 고민하며 해결한다. 그 과정에서 연구소장으로 일했던 지난 날 보다 지적인 흥미를 느낀다고 고백한다.



그런 지적인 흥미는 그에게 주체적으로 행동하고 사고 할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일의 규모가 커지고 비인격화되고 현장에서 멀리 떨어진 힘에 대응해야만 할 때, 어떤 일이든지 쇠퇴하기 쉽다. 아니, 한발 더나아가 그 일을 하는 사람에게 더 나은 판단을 적극적으로 억누르라고 요구하기까지 한다.
(직장에서 흔히 겪게 되는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듯 하다)

기술직의 진정한 매력은 원래부터 특정한 상황에 놓여있기 때문에, 이처럼 멀리 떨어져 그들을 조종하는 힘에 저항한다는 데 있다. (수리하는데 외압보다는 자기 의견이 훨씬 많이 들어간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가장 좋은 경우는 그들이 하는 조립과 수리 일이 그 결과물을 사용하는 공동체 안에 있는 것이다.

 -같은 책, p252-


책의 끝머리에서 저자는 오토바이 수리공으로 살면서 보다 주체적으로 행동하며 살 수 있었다고 고백하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기술직에 대해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을 철학적이고 논리적으로 깨부수고 있다.

갑자기 민족의 대명절 설날이 걱정된다

그런데 이 책을 다 읽고나자 갑자기 다가오는 명절 '설날'이 걱정되는 건 왜일까?
설날에 다시 친척들의 질문공세가 이어질 것이다.

"너 어디 취업했어? 뭐 준비하고 있냐? 공무원? 대기업?"

이렇게 물어보는 친척들은 결코 없을 것이다.

"너 어디 취업준비하고 있냐? 오토바이 수리공? 배관공? 전기공?"

만약 그렇게 물어보는 친척들이 있다면 그건 100년후(?)가 아닐까? 아니면 그 친척이 바로 철학자 매튜 크로포드일 것이다.


책<모터사이클 필로소피>에 대한 짤막한 의견.

이 책을 읽으며 아쉬운 부분이 있다. 바로 문장에 쓰인 단어 자체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쉽게 읽히지 않고, 몇번 반복해서 읽어도 그 의미가 아리송한 부분이 있다. 철학책이라고 하지만 좀더 쉽게 쓰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쓰는 것도 쉽지 않았다.

오토바이수리공이 말하는 손으로 일하는 것의 즐거움을 느끼기도 전에,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오는 철학책임을 잊어선 안된다^^;. 하지만 꾹 참고 읽다보면 직업에 대한 편견을 날려버리기에는 좋은 책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의 이야기가 담긴 사이트
http://shockoemo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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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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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2.08 22:36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분명히 귀천이 존재하죠.
    특히 기술직은 이상하게 천대를 받고 있습니다.
    직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보다는 자신의 일을 통해서 몰입을 경험하고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터사이틀 필로소피>저도 무지 읽고 싶네요.
    눈길 조심하세요~~^^
    • 프로필 사진
      우리 사회는 정말 기술직에 대한 편견이 많은 것 같습니다.ㅜ 그래도 과감하게 고연봉의 직장을 뛰어나와 자기만의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나저나 이 책 무지 어렵게 읽었습니다.ㅎㅎ
      그래도 직업관에 대한 소중한 깨달음을 주는 책입니다.^^
      대전에도 눈이 한바탕 오고 있네요. 눈길 조심하세요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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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2.09 10:05
    이캐광님 덕분에 좋은 책 하나 알아가네요.
    사무직과 같은 지식노동과 육체노동에 대한 편견 정말 심하죠.
    '직업에 귀천이 없다' 이 말은 초등학교 때부터 귀에 딱지가 얹을 정도로 많이 들었던 말인데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구요.

    가끔 남들 하는대로, 남들이 말하는 '성공'이라는 잣대에 우리가 너무 혹사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남들이 하라는대로, 남들의 시선 때문에 정작 내가 하고 싶은건 놓치고 있는게 아닌지 하는 것들이요.
    이캐광님 글은 언제 읽어도 곰곰히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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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발란스님이 제 글을 통해 생각할 거리를 가져가신다니 참 보람 찹니다.^^
      정말 우리사회는 남의 시선에 유독 민감한것 같아요.
      명절이 되면 어른들도 옜날의 직업관에서 벗어나지 못하셨죠. 어떤 것은 좋은 직장, 어떤 것은 아닌 직장 이렇게 이분법으로 나누는것이 참 안타깝네요. 저도 내년에 직장을 구해야하는 입장에서 이 책을 읽으며 많은 걸 깨달았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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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2.09 10:55
    음.... 이 글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되었어요. 저도 근사하고 깔끔한 큰 회사에서 일하는 것만이 멋지게보였고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있는 기술직 노동자들은 별로라고만 생각했는데 그 분들은 이 책의 저자처럼 그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그 일을 좋아해서 할 수도 있는거고 그런 기술직이 몸으로 직접 일하면서 자기 자신이 주체가 되어 행동할 수 있음을 느낄 수있는 소중한 그 분들의 직업이라는 것을...! 그리고 '손으로 생각하기'라는 말 참 괜찮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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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튜 크로포드가 임토리님을 만나면 무지 반가워했을 겁니다.ㅋㅋ 직업에 대한 편견을 깨는 것은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현실에 부딪히면 또 다시 주위에서 바라나는 직장이나 삶을 살아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일단 제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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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2.09 22:05
    요새 인력일 나가면서 몸으로 힘쓰는 일 좀 해보고 잇는데,
    힘들긴하지만 많이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기술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 모습보면,
    무조건 사무직, 사자 직업이 다 인거같지는 않습니다.
    덕분에 좋은 책 알아가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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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12.13 18:06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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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이음출판사님
      부족한 리뷰 좋게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ㅎㅎ
      방금 yes24에도 올렸습니다. 두 군데에 올리는 것이 맞지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날씨가 급쌀쌀해졌는데 감기조심하세요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