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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트

염홍철 시장의 책'다시 사랑이다', 따스한 벙어리장갑을 닮다

by 이야기캐는광부 2011.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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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이 몰래 몰래 새어드는 제 고시원 방. 이곳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그 손님은 바로 염홍철 대전광역시장님의 책 '다시 사랑이다'입니다. 사람을 맞이하기에는 너무 좁지만, 수많은 책들을 맞이하기엔 넉넉한 제 방입니다.  흰 눈밭위에 '사랑'이라는 글자를 새긴 듯한 책표지. 저도 모르게 눈길을 걷듯, 책속으로 걸어 들어갔지요.

벙어리 장갑처럼 따스한 '삶의 깨달음'이 담긴 책
 

이 책은 염시장님이 그동안 써 온 '월요일 아침편지'를 엮어 낸 것입니다. 책속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녹일수 있는, 벙어리장갑을 닮은 그의 아침편지들이 담겨있습니다. 벙어리장갑에 대한 그의 생각처럼 말이죠.

'엄지를 제외한 네 손가락끼리 온기를 나눌 수 있었던' 벙어리장갑이야말로 멋진 장갑이 아닌가, 다섯 손가락이 각자 추위를 견디는 것보다 기능면에서도 효율적이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닐까. 화려하게 보이지만 외로운 나홀로족보다 비록 부족하지만 서로 나누고 의지하며 기대어 사는 것이 훨씬 의미있는 것이 아닐까. 
-책<다시 사랑이다>, p226-


책속 위 구절을 읽으면서 제 마음속에 꽃핀 생각은 이랬습니다. 

'인생은 혼자왔다가 둘이 사랑을 나누고, 셋이 이야기를 나누고, 술 한잔도 하고,
넷, 다섯, 여섯이 모여 서로 나누고 의지하고 기대어 살다가는 것이 아닐까...'

물론 몇몇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결국 인생은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것이라고요. 하지만 가만히 보면 나의 인생은 '어머니. 아버지'라고 불리는 한 쌍의 사랑하는 부부에게서 왔습니다. 인생은 혼자 가는 것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어떨까요? 나에 대한 추억과 사랑은 누군가에 남아 결국 죽어서도 함께 가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후자에 대한 답은 보류해야겠습니다. 아직 제가 인생을 잘 모르고, 제가 죽어서도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 혹은 추억으로 남을지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




염홍철 시장? 염홍철 시인?
 

마음속 공명은 책장을 더 넘길 수록 깊어졌습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염홍철시장님을 말그대로 대전시정을 이끄는 시장님으로만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한 줄 한 줄 읽으며 그가 시인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깨달았지요. 그는 2009년에 등단하여 시집 <한 걸음, 또 한걸음>을 낸 시인이기도 하거든요.

염홍철 시장.
염홍철 시인.

여러분은 이 둘중 어느 호칭으로 부르고 계신지요? ^^;애매한 것을 정해드리겠습니다.
'염홍철 장'으로 해보면 어떨까요?^^;
 


물론 여기서 호칭은 중요한 것이 아닐테지요. 책<다시 사랑이다>에서는 시장이기 이전의 '염홍철'이라는 한 사람과 만날 수 있기때문입니다. 그가 지난 시간들을 살아오면서, 꾹꾹 가슴에 눌러담은 사색과도 만날 수 있습니다. 책속에 담긴 아침편지의 주제들을 보더라도 알 수 있지요.


어머니, 참삶, 초겨울 등산, 내가 좋아하는 순간, 인연, 아버지라는 이름, 어느 결혼식, 어둠의 마학, 도시와 비, 아이의 마음처럼, 여름 풍경, 시간의 흔적들, 첫마음 등.


위의 것들은 우리가 살면서 한번쯤 생각해볼 수도 있는 주제들입니다.


책을 읽어내려가다가, '내가 좋아하는 순간'이라는 아침편지에 마음이 가장 오래 머물렀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에는 제 손으로 꾸민 작은 서재가 있습니다. (중략)제가 그곳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시시각각 변하는 밖의 풍경을 볼 수 있어서 입니다. 너른 창밖으로 어느 때는 비가 오고 어느 때는 눈이 내립니다. 어느 때는 창밖 어둠속의 신비를 들여다보고, 어느 때는 푸른 아침에 날아드는 새 한 마리를 봅니다.
-같은 책, p236-


그러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생각해 보았지요.
문득 기차여행을 하며 차창밖으로 노을을 보던 순간이 떠올랐습니다. 형형색색으로 물든 구름과 하늘과 함께, 하루가 아름답게 져가는 모습이 말이죠.

또 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의 엘클라시코 축구경기를 보는 순간, 순대국밥을 먹는 순간, 침대에 누워 책장을 펼치는 순간 등. 많은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러고보면 삶은 찾으면 찾을수록 좋은 순간으로 가득차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순간들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는 순간하나쯤은 찾아보고, 만들어 놓는다면 삶이 즐거워지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다음처럼 그 순간에 대한 느낌을 시로 써보면 어떨까요? 저자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순간을 담은, 다음 시를 썼듯이 말이죠.

세상이 정지되었다

아파트는 차렷자세로 서 있고
자동차들도 땅에 붙었다

(...)

이제야 옆 동에서 꼬마가 달려나온다
자동차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엷은 바람곁에 나뭇잎 흔들린다
하늘에 뭉게구름 흘러간다

어제사랑하는 사람이 문을 연
무지개빛 사무실과
오페라에 곁들여 마신 와인 생각.

등산 길 준비해야지
오후엔 강의 준비 해야지
저녁엔 친구 만나야지

아, 세상이 움직이는구나
나도,
움직여야지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염홍철 '아파트에서' 중에서-



염홍철의 아침편지 : http://www.daejeon.go.kr/dj2009/mayor/language/01/language.01.001.bo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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