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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에세이/일상끄적146

대청호 쓰레기를 주우며 어디서 밀려와 무덤도 없이 흙속에 묻혔을까 어느 식당의 라이타, 주인없는 신발, 라벨이 떨어진 농약병 분명 박카스병이라 추정되는 갈색병 누군가를 한껏 취하게 했을 소주병 어느 파충류처럼 보호색을 띄었지만 쓰레기를 줍다보니 쓰레기들이 너무 잘 보인다 널브러진 쓰레기들 너머로 대청호의 푸른 풍경이 넘실댄다 2021. 4. 10.
머나 먼 풍경 저기 보이는데 건너가지 못하고 그저 바라만 본다 그 옆에 핀 꽃동산을 보며 봄의 표정을 읽는다 나룻배가 있어도 건너지 못하는 머나 먼 풍경 같은 인연 바라만 보다가 계절이 바뀌고 바뀐 풍경은 어제의 풍경이 아니다 저쪽에서 바라본 나는 어떤 풍경이었을까 2021. 3. 10.
공부의 즐거움 공부를 하면 알 수록 모르는 게 더 많다는 걸 깨닫는다. 공부의 즐거움은 내 머릿속 빈칸을 발견하고 하나하나 채워가는데에 있다. 물론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공부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어렵다. 퇴근 후 집중력을 가지고 책을 보는 일이 즐겁다. 옛날보다 머리가 핑핑 돌아가지 못하고 기억력도 떨어진 것 같아 슬프긴 하다. 그런 슬픔 속에서 배우는 기쁨으로 헤쳐나간다. 2021. 3. 5.
입관식 깊이 구워진 삼겹살을에 상추를 삼베옷처럼 두른다. 두 손으로 고이 모셔들고 입을 크게 벌리고 밀어넣는다. 쩝쩝.바작.바작. 돼지고기가 뜨겁다. 비계가 씹힐 때 육즙이 흘러나온다. 아...맛...있...다. 큰 일이다. 돼지의 죽음이 슬프다는 생각이 없다. 오로지 식감에 주목한다. 침샘마저 악어의 눈물이 된다. 돼지의 죽음을 꼭꼭 씹어 먹는다. 스페인 와인을 겻들여 한끼를 해결한다. 성찬이다. 일요일에 먹는 삼겹살이 월요일에 먹는 삼겹살보다 맛있다. 토요일에 먹는 삼겹살이 일요일에 먹는 삼겹살보다 맛있다. 배가 부른다. 그렇게 살아간다. 누군가는 슬프고 누군가는 기쁜 삶. 몇십분 전 맛있는 행복에 이어 내일 월요일이라는 생각에 우울함이 반복된다. 직장인의 비애가 더 크다. 아 돼지에게 씁쓸한 현실이여. 돼.. 2021. 3. 1.
독립서점을 품은 집 독립서점을 품은 집을 갖고 싶다. 멀리가지 않아도 방으로 걸어들어가면 독립서점이 있는 집. 좋아하는 책을 진열해놓고, 보물을 꺼내보듯 책의 이야기를 탐구하는 시간. 그런 시간의 품 안에서 뒹글고 싶다. 2021. 2. 27.
애쓰다 애써 다가가려 하지 않고 애써 괜찮은 척 하고 애써 외롭지 않다는 듯 행동하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듯 대화를 이어가고 애써 전화를 걸지도 않고 애써 톡을 하지도 않고 애써 의욕을 불태우지도 않고 점점 애쓰지 않게 되는 건 정녕 괜찮은 것인가 정녕 다가가지 않는건가 정녕 외롭지 않다는 건가 정녕 아무렇지 않은 건가 정녕 전화를 걸지 않을텐가 정녕 톡을 하지 않을 텐가 정녕 의욕을 불태우지 않을텐가 점점 애쓰지 않을 텐가 결국 2021. 2. 17.
여유 일상에서 조급함을 뱉어내고 여유 한 모금 마시기. 뜻대로 되진 않는다. 2021. 2. 16.
내가 글을 쓰는 시간 마음이 답답한데 어디 말할 때는 없고 그렇다고 딱히 전화할 때도 없고 내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딱히 떠오르지도 않고 가슴에 담고있자니 숨이 턱 막힐 것 같을때 이때가 내가 글을 쓰는 시간. 2021. 2. 6.
비가 너무 많이 오면 둑이 무너지듯이 마음에도 비가 너무 많이 내리면 둑이 무너진다 보이지도 않고 그 크기도 가늠할 수 없는 둑이 한없이 한없이 그래서 어디서부터 무너진 둑을 다시 복구시켜야할지 모를 때가 있다 그러다보면 마음이 무너진다 당신도 그러한가 2021.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