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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시인과 도법스님, 삶을 말하다

책노트

by 이야기캐는광부 2012. 4. 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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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달샘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책이다. 하늘과 구름이 비치고, '삶의 지혜' 들이 꽃잎 처럼 둥둥 떠나니고 있을법한 책이다. 두 손으로 맑은 지혜들을 건져올리고 싶다. 가슴으로 들이 붓 싶다. 책<시인과 스님, 삶을 말하다>는 그런 책이다. 정용선님이 도법스님과 김용택 시인을 석달에 걸쳐  여덟번 인터뷰한 책.


오늘도 역시나 방에서 뒹굴며 이 책을 읽었다. 누워서 읽기에는 좀 버릇없는 것 같아 중간 중간 정좌세를 하고 읽었다. 그래도 방이라는 편안한 공간때문에 또 다시 기대어 읽었다. 평소 좋아하는 김용택 시인과 도법스님의 삶이야기인지라 심장이 간질간질하니 행복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


첫째 마당 '자연속에서, 공동체 속에서'에서 김시인이 먼저 삶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시인이라면 으레 청소년시절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잘했을 것 같은데 그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책을 많이 읽기 시작한것도 이십대 초반에 교사생활을 하면서부터라고 말씀하신다. 


'섬진강'이라는 시집을 출간한 것은 서른 다섯살 되던 해. 그때부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지만, 그전에는 혼자 조용히 자연과 벗삼아 사색하고 시어를 갈고 닦으셨다한다.  속으로 전잖이 놀랐다. 보통 시인들은 이십대에 그 놀라운 재능을 꽃피우기 시작하지만 그는 살짝 늦은 삽십대 중반에 제대로 꽃봉오리를 터트렸다. 물론 '섬진강' 연작시에 담긴, 현 시대를 비판하는 문구때문에 감시를 받기도 했다. 결혼도 처음엔 할 생각이 없으셨고, 그저 시골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보내기를 꿈꿨다. 보통 유명세를 타면 모두 서울로 가고 싶어하는데 그는 그렇지 않았다.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은 자연이었고 자신의 스승은 어머니였다.


그는 임실 고향집에서 책을 읽으며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과 자연과 자기자신을 들여다 보고 있다. 


'조그만 창호지 문구멍으로 새어 들어온 햇살이 방바닥에 탁구공만한 크기로 떨어지고, 그 위로 새들의 펄럭이는 날갯소리가, 새의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것이 참 보기 좋더라(103쪽)'는 시인의 방. 나도 그곳에 한번 가고 싶었다.





인드라망 공동체 도법스님


넷째 마당에 이르러 도법스님의 진면목과 만났다. 그는 소동파의 다음 시를 소개해준다. '시냇물 소리가 바로 부처님의 장광설이요, 산의 빛이 어찌 그대로 청정한 법신이 아니겠는가(136쪽)'. 시냇물 소리를 부처님의 설법으로 여겼다니 대단한 시적 상상력이 아닐 수 없다. 자연으로 부터 가르침을 얻었던 옛 사람들의 지혜였다. 도법스님도 봄의 새싹을 보며 생명의 신비를 깨닫고, 신록의 푸름을 보며 생성의 기쁨을 느낀다고 말씀하신다.


그가 어렸을때 사주팔자를 봤더니 스님이 될 운명이었다고 이야기한다. 그의 어머니도 출가하겠다는 그의 뜻을 꺽지 않으셨다. 스님이 되고 나서 화엄경에 푹 빠져지냈고, 뜻이 맞는 스님들과 함께 공부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화엄경은 그에게 생명평화, 공동체를 이루는 삶에 대한 깨우침을 선물해주었다. 그는 그물코처럼 얽혀있고, 생명 하나 하나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세상속에서 인간의 고통이 무엇인지 꿰둟어 보았다.


사람들은 비록 육체가 허무하고 무의미할지라도 그 안에는 불멸의 영혼이 따로 있다고 믿으면서 그 영혼에 집착해요. 그래서 그 병을 치유하기 위한 처방으로 나온 것이 바로 '무아'라는 개념이에요.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삶과 몸에 탐욕과 애착을 가져도 좋다고 여겨요. 그 탐욕과 집착은 다시 삶을 왜곡하고,, 그로 인해 고통과 불행이 생기죠. 그래서 그런 집착에 대한 처방으로 나온 것이, 몸이란 똥 덩어리에 불과하며 깨끗하고 귀한 것이 아니라는 '부정'의 개념을 사용하지요.(142쪽)


폐부를 찔렀다. 자비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쳤다. 옳거니!

'진정한 자비는 타인에게 온정적인 선행을 베푸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참된 자비는 바로 연기법에 따른 존재의 실상을 깨닫게 도와주는 것이다'라는 말씀. 참으로 깊은 경지였다. 나로서는 감히 범접할 수 없었다. 진정한 '자비'를 실천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 부처님이 다시 보였다. 





도법스님과 김용택 시인, 그 가슴속에 흐르는 물길


책을 읽으며 도법스님과 김용택 시인님이 지닌 생각의 큰 물줄기를 따라 갈 수 있었다. 두 분의 삶은 각기 다른 곳에서 시작했지만 '자연과 내가 하나이고, 서로 조화롭게 지내야한다는 생태주의적 삶의 자세'라는 강물이 되어 함께 흐르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 생각을 바꿔야 해요. 우리가 자연을 마음대로 지배해도 된다는 생각자체를 바꿔야 해요. 자연과 우리는 원래부터 한 몸이었잖아요. 이런면에서 본보기가 될 만한 것이 바로 인디언들의 생태관이에요. 아메리카 대륙에서 수천년 간 살아온 원주민 인디언들은 진정으로 자연을 존중하고 경외하며 자연속에 융화되어 살아가는 평화로운 삶의 철학을 지니고 있었어요.(277쪽)


도법시인은 원주민 인디언을 예로 들며, 김용택 시인은 잠수함 토끼에 비유하며 이야기 하신다.


옛날에는 잠수함에 토끼를 태워서, 토끼가 힘들고 괴로워하면 잠수함 내부의 산소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해요. 그래서 시인을 잠수함의 토끼에 비유하잖아요.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시인이에요. 세상이 아프다고, 꽃이 저기 피었다고, 사람들과 자연이 죽어간다고 비명을 지르는 그런 역할 말이에요.(290쪽)


책을 덮으며 너와 나, 인간과 자연이 두둥실 어깨를 얼싸안고 마주보며 행복하게 웃는 세상을 그려보았다. 짓밟고 짓밟히는 세상이 아닌,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 손에 잡히지 않지만 왠지 미소가 머무는 그런 세상을 상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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