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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노트

인간에게 생명사랑의 본능이 있다고? 에드워드 윌슨의 책<바이오필리아>

by 이야기캐는광부 2011. 7.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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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윌슨의 책을 읽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인간과 자연 그리고 생명에 대한 그의 통찰력을 읽어 내려가노라면 생명체에 대한 애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이번에 읽은 그의 책<바이오필리아>는  인간에게는 '생명사랑'의 본능이 있음을 말해 준다. 물론 지금까지 과학적인 증거는 많이 없었다. 그럼에도 윌슨은 자신의 과학자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인간의 '생명사랑' 본능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한 예로 인간의 뱀에 대한 경외심과 숭배심을 든다. 우리는 평소에 뱀을 무서워하고 징그러워하지만 한편으로는 뱀을 숭상하는 문화도 함께 일궈왔다. 윌슨의 말에 따르면 모든 문명에서 뱀은 신비하게 미화되어 왔으며, 호피족 같은 경우 물뱀 팔루루콘이 자비심 많으면서도 무서운 신 같은 존재라고 알고 있다고 한다. 위압적인 뱀의 이미지가 나오는 꿈은 정신활동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된 모든 사회에 존재한다고도 한다. 윌슨은 바로 이 점, 즉 한 생명에 대한 경외심안에서 '생명사랑'이라는 인간의 본능을 발견한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인간이 생명사랑의 본능을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에 선뜻 동의하기는 어려웠다. 어렸을 때 지렁이를 잡아 통에 넣고는 죽이면서(?) 놀았던 기억이 난다. 또 참새를 잡아다가 실을 묶어 결국 날지 못하게 잔인한 놀이도 많이 했었다.(나만 이러고 놀았는지 모르겠지만, 어렸을 때는 그다지 죄책감이 없었다^^;) 이런 경험을 본다면, 과연  '인간'에게, 적어도 '나'라는 인간에게 생명사랑의 본능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국가간에 전쟁과 테러를 벌이며, 죽고 죽이는 그동안의 세상을 보면 더욱더 그렇다.



단 생명사랑은 분명 학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기를 거쳐 어른이 된 이후로는 주변의 동물이나 곤충들을 함부로 다루지 않는 경향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쓸데없이 사마귀를 잡아 기생충을 보겠다고 배를 터트리지도 않으며, 나비를 잡아 통에 가두고는 죽게 놔두지는 않는다. 또 기름유출사건으로 죽어가는 서해안의 생명체들을 담은 사진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4대강 사업을 보며 분노하기도 했다. 생명사랑의 본능까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인간에게는 다른 생명체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능력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윌슨의 말대로 '생명사랑'이 인간의 본능인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이라면 '생명사랑'의 자세를 지녀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책속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러나 나는 생물학적 지식이 늘어나면 윤리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한 국가의 동식물상을 국가의 예술이나 언어와 마찬가지로, 국가 유산의 일부로서 중요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또 우리가 인간을 정의할 때 성취와 익살을 눈부시게 합쳐서 중요하게 생각하듯이, 동식물상도 국가 유산의 일부로서 중요하게 생각하게 될 것이다. 

-p218-


국가의 예술이나 언어와 마찬가지로, 동식물을 국가 유산의 일부로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에는 동감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을 주는데 동식물이 사라진다면, 우리 역시 지구에서 사라질테니 말이다.

한편, 인간의 '생명사랑' 본능에는 묘한 딜레마가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 살기 위해서는 돼지, 소 등의 가축과 수많은 식물들을 죽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고도 인간에게 '생명사랑'의 본능이 있는걸까? 필요할 때는 쓰다듬어주고, 보양식으로 먹을 때는 사정없이 먹는 '개'라는 동물이 인간을 바라볼 때, 과연 우리 인간은 '생명사랑'의 본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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